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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병건의 시시각각] 2006년과 2026년, 선거 평행이론

중앙일보

2026.01.2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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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병건 논설위원
지금 국민의힘의 모습을 보면 2006년 지방선거까지 떠오른다. 여의도에선 탄핵으로 민주당이 집권한 뒤 치른 2018년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이 참패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어게인 2018’ 가능성을 보고 있는데, 당시가 밑바닥이라고 여기면 오산이다. 그 바닥을 뚫고 더 추락할 수도 있다. 2006년이 그랬다. 그해 5월 제4회 지방선거에서 집권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광역단체장 16곳 중 전북 1곳만 차지하며 전북당으로 쪼그라들었다. ‘집권당 1곳만 승리’는 앞으로도 나오기 어려운 전무후무한 기록일 것이다. 더 심각했던 건 지방선거 참패를 계기로 열린우리당의 해체가 시작됐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8년 전 지방선거 패배
그보다 더한 2006년 현 여권 참패
안 바뀌면 20년만의 평행이론 출현

5개월 후인 올 6월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그런데 한쪽으로 기울어진 민심이 2006년과 닮은꼴이다. 그해 참여정부와 여당의 리더십은 사실상 무너졌다. 탄핵 위기를 역전의 계기로 만든 것까지는 좋았는데, 이후 집권 여당은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꺼내들기 어려운 국가보안법 폐지 등 4대 개혁 입법을 내걸고 질주했다. 무엇보다 2005년 참여정부가 대연정을 제안했다가 지지 기반이 무너졌다. 호남의 전통적 지지층과 지역정당 해체를 내건 열린우리당 신주류도 갈라졌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광주시장·전남지사는 열린우리당과 다른 길을 걷던 민주당이 독자 후보를 내 당선시켰다.

지금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가 탄핵으로 무너지면서 ‘리더십 해체’보다 더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지지층 균열도 심각하다. 한때 범보수였던 외곽 지지층은 일찌감치 이탈했고, 코어 지지층까지 친윤과 반윤으로 분열돼 있다. 그러나 이를 수습할 구심점은 보이지 않는다. 장동혁 대표의 당권파는 분노의 대상을 당내에서 찾는 데 몰두하고 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전체를 아우를 리더십보다는 사과와 반박에 정교하게 선을 긋는 미시적 리포트 작성 능력만을 보여줄 뿐이다.

선거가 다가오면 결국 지지층이 결집해 주겠거니 국민의힘이 기대하면 오산이다. 그런 모호한 희망에 기댔다가 완전히 망할 수 있다는 게 2006년의 사례다. 그해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설마설마했지만 개표함을 열어 보니 민심은 잔인할 정도로 집권 여당을 심판했다. 230개 기초단체장 중 열린우리당은 무소속(29곳)만도 못한 20곳을 얻는 데 그쳤다. 서울 25곳 구청장 전원을 한나라당이 석권했다.

지금 국민의힘을 둘러싼 여건은 2006년, 2018년 지방선거 때보다 결코 더 낫지 않다. 시간이 흐르며 국민의힘의 강력한 지지층이던 가난과 배고픔을 경험했던 노령 유권자 수는 그때보다 줄었다. 장 대표가 단식으로 대여 결기를 보여줬지만, 국민의힘은 동굴의 우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동굴 밖에선 다들 계엄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고 여기는데 동굴 안 시선으로 세상을 보려 한다. 국민의힘을 떠나간 옛 외곽 지지층, 중도층으로 확장하지 않으면 선거는 필패다. 선거는 이진법의 싸움이다. 49.9% 대 50.1%의 박빙 승부라도 그 결과는 0 아니면 1의 두 가지뿐이다. 무엇보다 4월 트럼프 대통령 방중을 계기로 한반도의 외교안보 계절은 돌연 화창한 봄으로 바뀔 수 있다. 이재명 정부 희망대로 남·북·미 회동, 남북 정상회담까지 열린 뒤 지방선거를 치른다면 국민의힘은 무엇으로 선거를 끌고 가려 하는가.

2006년 선거 참패 후 열린우리당은 당명을 바꿀 여유조차 없었다. 100년 정당을 꿈꿨던 열린우리당은 다음 해 공중분해됐다. 지금 국민의힘이 당명 개정 이벤트로 변화를 보여주겠다는데 이름이 바뀐다고 당이 회생하는 게 아니다. 무엇보다 지금 국민의힘은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당의 생존 여부가 갈릴 수 있다. 6월 3일 개표 직후 카메라가 텅텅 빈 국민의힘 상황실을 비추게 된다면 진짜 치명적이다. 국민의힘이 바뀌지 않으면 2006년의 선거 결과가 여야 간 배역이 바뀐 채로 2026년에 재현되는 20년 만의 평행이론이 증명될 수 있다.





채병건([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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