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한국·일본과 무역협정을 통해 합의한 대미 투자를 자신이 내세운 관세 정책의 주요 성과로 제시하며 알래스카 천연가스 프로젝트를 함께 언급했다. 트럼프가 한국이 약속한 대미 투자금을 알래스카 가스 사업에 투입할 계획을 확정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에서 진행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한국, 일본과 (무역) 합의를 타결하며 전례 없는 수준의 자금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한·일은 미국과 무역협정 과정에서 25%이던 상호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각각 3500억 달러, 5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 트럼프는 “아시아로 천연가스를 수출하기 위한 알래스카 프로젝트에 착수했다”고 말한 직후 양국의 투자 유치를 언급해, 해당 투자금을 관련 프로젝트에 투입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는 21일 세계경제포럼(WEF) 연설에서도 “유럽·일본·한국 등과 석유 및 가스 분야에서 대규모 협정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한국은 미국과의 투자 협약을 맺으며 미국 대통령이 미 상무장관이 위원장인 투자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투자 분야를 선정하되, 투자위원회는 한국 산업통상부 장관이 위원장인 협의위원회와 협의해 상업성이 있는 투자를 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한국과 ‘합의’가 아닌 ‘협의’하는 조건이라, 한국의 의지가 온전히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알래스카 천연가스 프로젝트는 1300여㎞의 가스관을 신설해 알래스카 노스슬로프의 가스를 앵커리지 인근 부동항 니키스키까지 운반, 아시아 등으로 수출한다는 내용이다. 초기 사업비만 약 450억 달러로 추산되며 한국·일본·대만 등이 가스를 구매하는 돈으로 회수하는 구조다. 한국 정부는 채산성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참여를 망설여왔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국회 예결위에서 “하이 리스크 사업”이라며 현재로선 투자할 수 있는 항목이 아니라는 취지로 답하기도 했다. 이날 산업부는 “당시 발언에서 더 나아간 것도, 관련 협의도 없었다”며 “투자처와 규모 등은 협의하게 돼 있기 때문에 절차를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이 환율 압박으로 올해 예정된 최대 2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외환시장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미룰 것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는 대규모 투자를 성사시킨 원동력으로 관세를 꼽았다. 상호관세 적법성에 대한 심리를 진행 중인 미 연방대법원을 향해 “옳은 결정을 하길 바란다”고 압박했다. 또 “관세를 없앤다면 중국이 우리 산업을 빼앗아갈 것”이라고 했다.
이날 회견에서 트럼프는 핵심 동맹인 영국·프랑스 정상을 비판한 반면, 러시아와 중국, 튀르키예는 물론 북한에 대해서도 우호적 발언을 했다. 특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 대해 날을 세웠다. 트럼프는 앞서 소셜미디어(SNS)에 마크롱과의 문자 대화 내용을 캡처해 올렸다. 마크롱은 메시지에서 “그린란드에 대해 무엇을 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WEF 기간 G7(주요 7개국) 논의를 제안했는데, 트럼프는 거부했다. “마크롱은 (대통령직에) 오래 있지 않을 것”이라면서다.
트럼프는 “북한도 강력한 국경이지만, 세계 어디에도 우리 같은 국경은 없다”고 했다. 자신의 국경 정책 성과를 북한의 국경 통제와 견주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