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일주일째 단식 농성을 이어갔지만 ‘통일교 게이트’와 ‘공천헌금’ 특검법에 관한 여야의 첨예한 입장 차이는 조금도 좁혀지지 않았다. 장 대표 건강이 급격히 악화하며 국민의힘의 출구전략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2시 장 대표의 단식을 중단시키기 위한 긴급 의원총회를 열었다. 의사 출신인 서명옥 의원은 “혈압 수치는 급격히 올랐고 당 수치는 급격히 떨어져 매우 위중하다”고 설명했고, 의원들은 강제 단식 종료로 뜻을 모았다.
송언석 원내대표와 김기현·조배숙·나경원·윤상현·박대출·박덕흠 의원 등 중진들은 의총 직후 국회 본관 로텐더홀 앞에 있는 장 대표에게 다가가 단식 중단을 설득했다. 송 원내대표는 “의원들의 뜻에 따라 달라”고 촉구했고, 나 의원은 “대표가 건강이 나빠지면 우리 당을 이끌 분이 없어진다”고 했다. 하지만 전날 오후부터 산소 발생기와 이어진 투명 호스를 코에 착용하고 있는 장 대표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으며 거절했다.
그러자 이들은 장 대표를 이송할 구급차를 불렀다. 오후 3시58분쯤 장 대표를 옮길 이송 침대가 농성장에 긴급 투입됐고 “다시 돌아오더라도 병원에 가서 상태를 보자”(나경원 의원)는 설득이 이어졌지만, 장 대표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송 원내대표는 농성장 주변에 모인 의원들에게 “대표가 끝까지 버티겠다고 한다”고 전했고, 결국 구급차와 이송 침대는 오후 4시8분쯤 철수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향후 심각한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해도 대표가 거부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장 대표는 계속해 “여기에 묻힐 것”이라며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의 건강이 극도로 나빠지자 국민의힘은 출구전략 마련을 고심 중이다. 이날 긴급 의총에선 ▶장 대표의 단식을 대신하기 위한 국민의힘 의원의 ‘릴레이 단식’ ▶쌍특검 촉구를 위한 전국 당원 서명운동 등이 거론됐다.
이날 오전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해외 출장 중 조기 귀국해 곧장 단식장을 찾았다. 장 대표는 박준태 비서실장의 부축을 받아 텐트 안에서 이 대표를 맞았다. 이 대표는 “너무 늦지 않게 공동 투쟁 방안을 마련해 말씀드리겠다. 지금 대한민국에 있는 사람치고 장 대표의 결기를 믿지 못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힘을 실었다. 장 대표는 “단식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건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1번 주자로 최선을 다해준 의지 때문”이라고 화답했다. 이 대표는 기자들에게 “어쩌면 단식보다 강한 걸 강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양당은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공동 투쟁 방안을 구상 중이다.
여권은 이날도 장 대표를 찾지 않았다. 홍익표 신임 청와대 정무수석이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를 만나기 위해 국회를 찾았지만, 단식 농성장은 방문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박성훈 수석대변인)며 비판했다.
다만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은 “소신에 입각해 왔다”며 농성장을 찾았다. 이 위원장은 “어쩌다 우리 정치가 여기까지 왔는지 이 정부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서글프다”며 “국민 통합을 외치며 제가 단식하고 싶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힘이 있는 쪽에서 먼저 팔을 벌리고 양보할 때 통합이 이뤄진다”고 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장 대표를 만나 “건강을 조심하라”고 격려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도 단식장을 찾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