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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 ‘그린란드 관세 압박’에 美 무역협정 승인 보류

중앙일보

2026.01.21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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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 AP=연합뉴스
유럽의회가 미국의 그린란드 합병 압박과 추가 관세 예고에 반발해 미국과의 무역협정 승인 절차를 무기한 보류하기로 했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베른트랑게 유럽의회 무역위원장은 성명을 내고 “미국이 대립이 아닌 협력의 길로 돌아올 때까지 무역협정 관련 작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며 당초 예정됐던 표결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EU 회원국의 영토와 주권을 위협하고, 관세를 강압적 수단으로 사용해 무역 관계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 병합 의지를 거듭 밝히는 동시에, 이에 반대하는 유럽 8개국을 상대로 10%의 추가 관세 부과를 예고한 데 따른 대응이다. 추가 관세 대상 8개국 가운데 영국과 노르웨이를 제외한 6개국은 EU 회원국이다.

앞서 EU 집행위원회와 미국은 지난해 7월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무역 합의에 도달했다. 미국이 EU산 제품에 부과한 상호관세를 30%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EU가 6000억 달러(약 880조원)를 미국에 투자하는 내용이 골자다. 다만 이 합의는 유럽의회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효력이 발생한다.

유럽의회 내부에서는 미국의 추가 관세 예고가 기존 합의 자체를 위반한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랑게 위원장은 “10~25%에 이르는 추가 관세 위협은 지난해 7월 합의 조건과 명백히 배치된다”며 “그린란드 문제에 대한 미국의 명확한 입장이 나올 때까지 승인 절차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EU는 대응 수위를 더 높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마련했던 930억 유로(약 160조원) 규모의 보복 관세 패키지와 함께, 서비스·외국인 직접투자·공공조달 등을 제한할 수 있는 통상위협대응조치(ACI) 발동 가능성도 거론된다. ACI는 EU가 경제적 압박을 가하는 제3국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무역 바주카포’로 불린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의회 연설에서 “유럽은 대화와 해결책을 선호하지만, 필요하다면 단결되고 신속하며 단호하게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EU 회원국 정상들은 22일 브뤼셀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대미 대응 전략과 그린란드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배재성([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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