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홍정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리사 쿡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를 해임한 사건에 대한 미 연방대법원의 공개 구두변론이 21일(현지시간) 진행됐다.
대법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쿡 이사 해임이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인 '정당한 사유'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는지를 트럼프 행정부 및 쿡 이사 측 변호인들에게 집중적으로 따져 물었다.
연준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연준 이사를 해임할 권한이 있지만, 이는 해임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존재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쿡 이사를 해임한 사유는 그녀가 이사 취임(2022년) 전인 2021년 주택담보대출 서류를 조작했다는 혐의다.
'쿡 이사가 해임될 만큼의 기만 행위를 했느냐'는 존 로버츠 대법원장의 질문에 정부를 대리한 존 사우어 법무부 송무차관은 "기만이거나 최소한 중대한 과실"이라면서 "금융감독기관 인사가 금융 거래에서 기만이나 중대한 과실을 저질렀다면, 그건 해임 사유가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쿡 이사 측은 대출 서류 조작 혐의가 입증된 것이 아니며, 이를 반증하는 문서들도 있다고 대법원에 증거를 제출했다.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주택담보대출 신청서에서 실수한 것이 중대한 과실에 해당하느냐"면서 "(연준 같은 기관은) 독립성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문제를 너무 성급하고 충분한 숙고 없이 결정하면 그 독립성이 훼손된다"고 지적했다.
코니 배럿 대법관이 쿡 이사가 해임될 경우의 경제적 파장을 언급하자, 사우어 차관은 지난해 8월 쿡 이사 해임이 발표됐을 때 금융시장이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이런 해임이 허용된다면 연준의 독립성이 약화하거나 붕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은 "이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쿡이 직을 유지하도록 두는 것이 대통령이나 국민에게 얼마나 해가 된다고 믿어야 하느냐"며 "쿡이 즉각적인 위협이라는 증거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쿡 이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해임 통보해 이의를 제기한 사건에서 1심 법원은 지난해 9월 트럼프 대통령이 해임 사유로 밝힌 사기 혐의가 쿡 이사가 연준 이사를 맡기 전에 발생한 일이기에 충분한 해임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같은 달 2심 법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쿡 이사에게 제기한 혐의에 정식으로 대응할 기회를 주지 않아 쿡 이사의 정당한 절차적 권리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법무부는 쿡 이사가 자리를 유지하도록 한 하급심 법원의 결정 효력을 최소한 잠정적으로 정지시켜 줄 것을 대법원에 요구했지만, 대법원은 이날로 변론 기일만 잡았을 뿐 이에 대한 결정을 미루면서 쿡 이사는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연준을 겨냥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 조치를 대표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대법원의 판결 결과에 따라 그 정당성이 시험대에 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초의 흑인 여성으로 연준 이사에 임명된 쿡 이사의 임기는 2038년 1월까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측근이거나 금리 인하에 적극적인 인사들로 연준의 인적 구성을 바꾸려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을 향해 신속하고 대폭적인 금리 인하를 거듭 촉구해왔으며, 최근에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연준 청사 개보수 예산 초과를 이유로 미 법무부가 수사에 착수한 바 있다.
파월 의장과 쿡 이사 모두 자신을 향한 수사와 해임은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구실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변론에는 파월 의장과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앨런 그린스펀, 버냉키, 재닛 옐런 등 전직 연준의장과 로버트 루빈, 래리 서머스, 행크 폴슨, 잭 류, 티모시 가이트너 등 전직 재무장관은 지난해 9월 "우리 경제의 장기적 안정성을 위협하는 조치"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쿡 이사 해임 시도를 막아달라는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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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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