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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 동원' 배제했지만…트럼프 "미국만 그린란드 지킬수 있어"

중앙일보

2026.01.21 11:03 2026.01.21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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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유럽 동맹국 정상들을 앞에 두고 “미국을 제외하면 어떤 나라도 그린란드를 안전하게 지킬 수 없다”며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미국의 영토로 병합할 뜻을 공식 천명했다.
현지시간 21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설 도중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 연설에서 “이 거대한 무방비의 섬은 사실 서반구 최북단 경계에 있는 북미 대륙의 일부이자 우리(미국)의 영토”라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무력 투입 가능성에 대해선 일단 선을 그었다.



덴마크엔 “배은망덕”…“美만 지킬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가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독일로부터 지킨 미국의 영토(That‘s our territory)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없었다면 여러분은 지금 독일어 또는 일본어를 쓰고 있을 것”이라며 “전후 그린란드를 덴마크에 반환한 일을 한 것은 어리석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러면서 “역사에서 유럽 국가들이 그랬듯 우리는 많은 다른 영토를 획득해왔고,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라며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미국의 땅으로 바꾸려는 시도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린란드 병합에 반대하는 덴마크를 향해 “은혜를 모른다(ungrateful)”고 비난했다. 또 “덴마크는 2019년 그린란드 방어 강화에 2억 달러 이상을 지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지금까지 1%도 안 되는 금액을 지출했다”며 “(이 때문에)미국과 러시아, 중국 사이의 핵심 전략적 요충지가 아무런 방어 없이 위치해 있다”고 했다.

이어 “미국 외에는 어떤 국가나 국가 연합도 그린란드를 안전하게 지킬 위치에 있지 않다”며 막강한 군사력을 갖춘 미국이 그린란드를 병합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희토류 욕심’ 부인했지만…“임대로는 못 지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그린란드를 여러차례 “거대한 얼음덩어리”라고 지칭했다. 그러면서 “이 차갑고 위치가 안 좋은 얼음덩어리가 세계 평화와 세계 보호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그린란드는)우리가 (유럽에) 수십년간 해준 것에 비하면 아주 작은 요구”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린란드 병합 계획이 희토류 등 자원 개발에 목적을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선 “희토류에 접근하려면 수백 피트의 얼음을 뚫어야 한다”며 “그게 우리가 그린란드가 필요한 이유가 아니다. 우리는 전략적 국가안보와 국제안보 때문에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그린란드를 방어하려면 임대(lease)로는 불가능하고 완전한 소유권이 필요하다”며 “법적으로도 임대 계약으로는 방어가 어렵고, 심리적으로도 누가 바다 한 가운데 거대한 얼음덩어리에 임대 계약서를 쓰고 방어를 하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美 군사력 과시하며 “‘무력 사용’ 배제”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확보를 위해 미국의 군사력을 사용하겠다는 옵션은 배제했다.
지난 20일 그린란드 누크의 거리에 '그린란드는 판매용이 아니다'라는 게시판이 놓여 있다. EPA=연합뉴스

그는 “사람들은 내가 무력을 사용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며 “나는 무력 사용을 원하지 않고,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린란드를 인수하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즉각적 협상을 추진하겠다”며 일단 유럽 국가들과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병합과 관련해 명시적으로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의 리더국가인 미국이 나토 회원국 덴마크의 자치령을 무력으로 차지하는 데 따른 반발을 감안한 절충안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1월 덴마크 군당국이 공개한 사진 속에 그린란드 내 비공개 장소에서 훈련 중인 덴마크 군인의 모습이 보인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우리는 위대한 강대국이며, 사람들이 이해하는 것보다 훨씬 위대하다”며 미국이 압도적인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특히 “그들(나토 회원국)에겐 선택권이 있다”며 “예(Yes)라고 대답하면 우리는 깊이 감사할 것이고, 아니오(No)라고 답한다면 우리는 기억할 것”이라며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발신했다.



유럽 정상 조롱…“올바른 길로 가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문제뿐만 아니라 경제 및 정책적 측면에서도 유럽 국가들을 비판했다. 그는 대서양 동맹의 핵심인 유럽연합(EU)을 두고 “유럽을 좋아하고 미국은 EU와 친구”라면서도 “EU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고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56회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특히 유럽의 청정에너지 정책을 장시간 비판하며 “그들은 북해에서 (석유를) 시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구상한 가자지구 평화위원회 참여를 공개 거부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 대해선 인신공격에 가까운 조롱을 쏟아냈다. 그는 마크롱 대통령이 눈에 핏줄이 터져 조종사용 선글라스를 쓰고 연설한 것에 대해 “그 아름다운 선글라스를 쓴 그를 봤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라며 “강경하게 보이기 위해 애쓴 것 같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그린란드 병합에 반대하는 캐나다를 향해서도 “캐나다는 우리에게 많은 걸 공짜로 받고 있고, 미국 덕분에 존재한다”며 “캐나다는 우리에게 감사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 캐나다인들은 우리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반복해 요구했다.



“유럽 비롯 일본과 한국은 우리의 파트너”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전세계를 향한 무차별적 관세 부과를 통해 도출한 각국 간의 무역 합의를 지난 1년간 자신의 핵심 성과로 제시했다. 특히 “유럽 국가들과 일본, 한국은 우리의 파트너”라고 말했다. 이들 국가는 상호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각각 6000억·5500억·3500억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미국 전체 무역의 40%를 차지하는 파트너 국가들과 역사적인 무역 합의를 타결했다”며 “특히 석유와 가스를 중심으로 대규모 합의를 이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도 알래스카 천연가스 프로젝트와 한국과 일본의 대미 투자를 함께 언급하면서 한국의 대미 투자금을 알래스카 가스 사업에 투입할 계획을 확정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알래스카 프로젝트와 관련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국회 예결위에서 “하이 리스크 사업”이라며 현재로선 투자할 수 있는 항목이 아니라는 취지로 답했다. 산업부 역시 “투자처와 규모 등은 협의하게 돼 있기 때문에 절차를 따를 것”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56회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 본회의장에서 연설을 마친 후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EPA=연합뉴스
한·미 양국은 미 상무장관이 위원장인 투자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투자금에 대한 용처를 선정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투자위원회는 한국 산업부 장관이 위원장인 협의위원회와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동의가 전제된 ‘합의’가 아닌 ‘협의’ 조건이기 때문에 투자처 선정 과정에서 한국의 의지가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강태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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