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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육강식 세계, 생존하려면 '자강' 뿐…단결된 국방 혁신안 내야 [Focus 인사이드]

중앙일보

2026.01.21 12:00 2026.01.21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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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의 법칙이 적용되는 국제질서 속에서 국가의 생존을 위해서는 ‘자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쇠퇴하고 약육강식의 제국주의적 질서가 도래하면서 국가안보를 걱정하는 많은 전문가들이 ‘자강’을 강조하고 있다. ‘자강’은 외부 위협으로부터 스스로 지키는 힘을 기르는 것으로 ‘자강’을 위해서는 내부적 단결이 전제돼야 한다. 내부적인 단결 없이 ‘자강’을 이루기는 어렵다.

그린랜드에 긴급배치된 덴마크군이 혹한 속에서 야외훈련을 벌이고 있다. 미국이 그린란드에 대한 야심을 내비치자 덴마크는 그린란드에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 유럽의 동맹국도 덴마크를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약육강식의 국제 질서 속에서 자강의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다, AFP=연합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안보 문제를 두고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 이재명 정부에서도 이러한 갈등이 재현할 조짐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6~8월 이뤄진 대북 방송 중단, 확성기 철거 등 일련의 대북 유화적 조치에 대해 진보 측에서는 대화 국면 조성을 위한 선제적인 조치로 평가했지만, 보수 측에서는 ‘희망적 사고’에 기반한 일방적 조치라고 비판했다.

지난 1월 10일 북한이 주장한 ‘한국발 무인기의 북한 영공 침범’ 관련 초기 대응을 바라보는 진보와 보수의 시각도 사뭇 달랐다. 남북 신뢰 구축을 위한 최선의 대응이었다는 여론과 정부가 지나치게 북한을 의식해 저자세를 보였다는 여론이 공존했다. 향후 군경 합동 조사 결과와 이에 대한 조치를 지켜봐야겠지만, 후속 조치로 9·19 군사합의 복원까지 거론되고 있어, 남남갈등의 뇌관이 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을 바라보는 진보와 보수의 시각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진보는 한반도 평화 구축, 북한 주민의 삶 개선을 위해 인도적 지원, 경제 협력 등을 통한 화해와 협력을 강조한다. 반면, 보수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 군사 도발, 인권 문제 등을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고 강력한 압박과 제재를 통해 북한 정권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같은 시각차로 우리 사회는 안보 문제를 두고 갈등과 반목을 계속해 왔다.

이러한 분열된 모습으로는 ‘자강’을 이루기 어렵다. 우리는 지난 20여 년의 국방개혁 과정에서 유사한 상황을 이미 경험했다. 2006년 노무현 정부는 ‘국방개혁 2020’을 추진하며 북한의 위협은 점차 감소하고, 주변국의 불특정·불확실 위협은 증가할 것으로 가정했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위협이 오히려 증가할 것으로 판단하고 대북 태세에 중점을 둔 개혁을 추진했다. 이어서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한층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위협은 점차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노무현 정부의 기조를 계승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개혁 기조를 또다시 번복했다. 이처럼 정권의 성향에 따라 위협과 개혁 기조가 계속 바뀌면서 일관된 개혁 추진이 어려웠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할 방법은 없을까? 우리는 초당적이고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미국 연방의회 산하 국가방위전략위원회(The Commission on the National Defense Strategy)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미국은 연방의회 산하에 한시적 기구로 초당적이고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국가방위전략위원회를 두고 행정부가 발간한 국가방위전략(NDS: National Defense Strategy)을 검토해 권고안을 대통령과 의회에 제공함은 물론, 국민에게 공개함으로써 국가안보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결집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은 국가방위전략위원회를 두 차례 운영했다. 2017년도 국방수권법에 따라 ‘2018 국가방위전략’을 평가해 2018년 11월 권고안을 제시했고, 2022년도 국방수권법에 따라 ‘2022 국가방위전략’을 평가해 2024년 7월 권고안을 제공했다. 위원회가 제공한 권고안은 국가방위전략의 수정·보완, 의회의 예산 심의, 국민적 안보 정론 형성 등의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국가방위전략위원회의 특징은 여·야가 동수로 추천하는 안보 분야 최고 전문가들로 위원회가 구성되고, 초당적이고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2018년 위원회는 여·야가 각각 6명을 추천해 총 12명으로 구성됐고, 2022년 위원회는 각각 4명을 추천해 총 8명으로 구성됐다. 그리고 권고안은 전체 위원의 만장일치를 전제로 한다. 즉 핵심 쟁점에 대해 논의를 회피하기보다 모두가 합의에 이를 때까지 계속 토론하여 만장일치의 합의안을 도출한다.

국가방위전략위원회는 충실한 권고안 마련을 위해 랜드(RAND)연구소 등 전문 연구기관의 지원을 받아 보고서를 준비한다. 권고안에는 적 위협을 포함한 전략환경 평가, 설정된 전략목표의 적합성 검토, 군사 임무의 적절성 평가, 임무 수행에 필요한 능력 및 부족·잉여 능력 검토, 전략 지원에 필요한 자원 평가 및 예산 권고, 작전개념 발전, 군구조 조정 등이 포함된다. 분석형으로 작성되는 권고안은 국가방위전략의 실행에 다양한 형태로 도움을 준다.

이재명 정부의 국방개혁·혁신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혁·혁신안이 마련되면 우리도 미국의 국가방위전략위원회와 같은 조직을 구성해 충분히 논의함으로써 국민적 합의가 담긴 개혁·혁신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의 안보 전략환경은 여·야가 서로 갈등하기보다 공동 대응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시기이다. 자유주의 질서의 쇠퇴와 약육강식의 국제질서 도래, 미국 우선주의에 따른 미국의 동맹 정책 변화, 북한 핵 위협의 고도화, 인구절벽에 따른 병력 자원 부족 현실화 등은 여·야 모두에게 도전적인 상황으로, 머리를 맞대고 숙의하면, 많은 부분에서 서로가 동의하는 개혁·혁신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국민적 합의가 담긴 개혁·혁신안 마련은 ‘자강’에 이르는 첩경이다. 국민이 공감하는 개혁·혁신안은 안보 문제로 인한 남남갈등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고, 정권 교체의 경우에도 큰 흔들림 없이 일관성 있게 개혁·혁신을 추진할 수 있으며, 국회의 원활한 예산 및 입법 지원으로 개혁·혁신의 추동력을 유지할 수 있고, 군의 정치적 중립 유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1일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열린 건군 77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서 열병차량에 탑승해 거수경례하고 있다. 연합ㅈ

진보와 보수의 갈등을 키우는 정책으로는 ‘자강’을 이룰 수 없다. 갈등을 줄이고 단결을 모색하는 정책으로 나아가야 한다. 오늘날 약육강식의 전략환경이 우리에게 그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정연봉([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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