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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비축" "게릴라전 구상"…美침공 대비 나선 그린란드·캐나다

중앙일보

2026.01.21 12:00 2026.01.21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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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 모츠펠트 그린란드 외무장관이 20일(현지시간) 누크 공항에서 취재진과 시민들에게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미국 측과 진행한 회동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노골적인 병합 의지가 역내 국가를 긴장케 하고 있다. 그린란드 정부는 미국의 침공 가능성에 대비해 주민에 5일 치 식량 비축을 권고할 예정이다. 미국의 핵심 우방국인 캐나다도 미국과의 전쟁 시나리오 검토에 나섰다.


옌스 프레데리크 닐센 그린란드 총리는 20일(현지시간) 수도 누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이 실제로 그린란드를 무력으로 병합할 것이라 믿진 않지만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린란드 정부가 가정 내 닷새분의 식량을 비축하라는 권고 등이 포함된 새로운 지침을 주민들에게 배포할 예정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캐나다 “탈레반식 게릴라 전술 구상”

지난해 2월 캐나다 이누비크에서 캐나다 해군 소속 군인이 북극해 인근에서 무인기(드론) 운용 시험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과 8891㎞의 국경을 맞대고 있는 캐나다에서도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캐나다 정부가 미국의 캐나다 공격을 상정한 국방 모델을 100년 만에 처음으로 수립했다고 현지언론 글로브앤드메일이 전했다. 캐나다 국방 당국은 미군이 만일 국경을 침범한다면 방어선이 단 이틀 만에 무너진다고 예측하고 있다. 10만명 규모(정규군 7만1500명, 예비군 3만명)인 자국 병력으론 280만명인 미 육군을 당해낼 수 없어서다. 캐나다군은 대신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이 미군에 벌인 게릴라식 매복 공격을 구상하고 있다.

이들의 위기의식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그린란드에 대형 성조기 깃발을 꽂고, 캐나다·베네수엘라 등을 미국 영토로 표시한 합성 사진을 트루스소셜에 올리면서 커지고 있다. CNN은 “트럼프가 공유한 이미지는 가짜지만, 캐나다는 그런 위협이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받아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자신이 그린란드에 미국 성조기를 꽂는 모습을 담은 합성 사진을 올렸다. 사진 트루스소셜 캡쳐
실제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이날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 포럼)에서 “만약 우리가 (협상) 테이블에 앉지 못한다면, 결국 (강대국의) 메뉴판에 오르게 될 것”이라며 “중견국들은 함께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영토 확장 야욕을 저지하지 못할 경우 캐나다 등 중견국이 다음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드러낸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캐나다, 베네수엘라, 그린란드 영토까지 미국 영토로 표시한 것으로 보이는 가상 사진을 트루스소셜에 올렸다. 지난해 8월 유럽 정상들과 백악관 집무실에서 회담하던 사진을 변형했다. 트루스소셜 캡처



“폭력배·괴물” 유럽, 트럼프 맹비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유럽 정상들도 다보스 포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리는 폭력배보다 존중을, 야만보다는 논리와 법칙에 기반을 둔 세계를 선호한다. 신제국주의나 신식민주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바르트 더베버르 벨기에 총리도 이탈리아 사상가 안토니오 그람시의 ‘옥중수고’ 속 표현을 빌려 “괴물이 되고 싶은지 아닌지는 그(트럼프)가 결정할 일”이라고 꼬집었다. 아네르스 포 라스무센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질서에 대한 도전”이라며 “(트럼프에게) 아첨할 때는 지났다”고 말했다.

영국은 전날 프랑스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구상하는 평화위원회 참여를 거절하기로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10억 달러(1조4700억원)에 달하는 가입비와 러시아가 위원회에 가입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셀 아메리카’ 나선 덴마크

지난 15일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 한 상점 주인이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구호를 풍자한 ‘미국 물러가라’(Make America Go Away)’ 메시지가 담긴 빨간 야구모자를 쓰고 있다. AP=연합뉴스
덴마크는 미국에 경제 압박 카드를 꺼내 들었다. 덴마크 연기금인 아카데미커펜션은 이날 보유 중인 1억 달러(약 1470억 원) 규모의 미국 국채를 이달 말까지 모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안데르스 셸데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번 결정이 현재 미국과 유럽 간 갈등(그린란드 사태)과 직접 연관된 건 아니다”라면서도 “갈등 상황이 매각 결정을 어렵지 않게 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그린란드와 덴마크에선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구호를 풍자한 ‘미국 물러가라’(Make America Go Away)’ 등의 메시지가 담긴 빨간 야구모자가 인기를 얻으며 트럼프 저항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트럼프 “그린란드 원하지만 무력 안쓸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고 마크롱 대통령,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이 보낸 문자메시지를 트루스소셜에 공개했다. 자신에 향한 저자세 접근을 알려 ‘망신주기’를 벌인 것이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도 유럽의 반응을 히스테리로 규정하며 “심호흡 한번 하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다보스 포럼 연설에서 “미국 외 어떤 나라도 그린란드를 안전하게 지킬 수는 없다”며 병합 의지를 드러내면서도 “미국이 요구하는 것은 그린란드라는 지역뿐이다. 무력을 사용하고 싶지 않으며 사용하지도 않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이승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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