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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한마디에 '딴지' 뒤집어졌다…정청래 검찰개혁 딜레마

중앙일보

2026.01.21 12:00 2026.01.2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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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두고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있다”고 밝히면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치적 딜레마가 커지고 있다. 정 대표는 그간 당내 강경파와 강성 지지층 요구에 부응해 ‘검찰 수사권 전면 폐지’ 기조를 전면에 내세우며 검찰에 제한적 보완수사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정부의 방향과 맞서왔다. ‘검찰 수사권 전면 폐지’ 기조는 그동안 ‘정청래 민주당’이 강성 지지층을 규합하고, 검찰 해체 주장을 정체성 삼아 탄생한 조국혁신당의 존립 근거를 위축시키는 데 효과적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2026 신년 기자회견 '함께 이루는 대전환, 모두 누리는 대도약'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이 대통령은 이날 “검찰개혁의 핵심은 검찰에서 권력을 빼앗는 것이 아니고 최종 목표는 국민의 권리 구제와 인권 보호”라며 “ 논쟁이 두려워 검사의 모든 권력을 완전히 빼앗는 방식으로 해 놓으면 나중에 책임은 어떻게 지나. 정치야 자기주장을 막 하면 되지만 행정은 그러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2000명이 넘는 검사가 있는데 그중에 나쁜 짓 한 검사가 몇 명이나 되냐”면서 “최소 절반가량은 억울한 사람이 없게,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나쁜 놈 처벌하는 데 평생을 바친 사람들”이라고 했다. 이어 “효율적이지만 남용 가능성 없는 안전한 검찰 수사·기소 제도를 만들자”며 “너무 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충분히 의논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이재명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뉴스1
정 대표에게 호응하는 강성 지지층이 모인 딴지일보 게시판에선 곧바로 반발 목소리가 나왔다. “검찰개혁에 소극적인 대통령, 참모들이 눈과 귀를 가린 건지”, “검찰청 해체, 검사 권한 대폭 축소가 맞다”는 등의 주장이다. 반면, 반청(반정청래) 성향의 이 대통령 지지층이 주로 모이는 디시인사이드 ‘이재명은 합니다’ 갤러리에는 “검찰척결 명분만을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자는 논리는 위험하다”는 등 이 대통령에 대한 엄호 사격이 줄을 이었다. “딴지의 검찰개혁은 종교와 같다”며 정 대표 지지층을 비판하는 글도 여럿 있었다.

이날 이 대통령의 발언으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맹목적으로 선호하는 강성 지지층과 호흡을 같이 해 온 정 대표와 민주당 법제사법위원들은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한 법사위원은 “좀 얼떨떨하다. 보완수사권은 직접수사권을 주는 것과 다름없다. 어쨌든 검사 손에 좌지우지되는 것 아니냐”며 “당이 계속한 게 수사·기소 분리인데 이런 논리면 직접 수사권이 유지되니 수사와 기소 분리가 되지 않는 것”이라 반발했다. 다만, 민주당 법사위 관계자는 “보완수사권 폐지는 확정된 것이 아니다”면서 “대통령 발언의 취지 등을 더 들여다보고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직후 모여, 이 대통령의 의중이 무엇인지, 당내 입장을 어떻게 취해야할지 등을 논의했다고 한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대통령 발언 관련) 지도부 논의는 없었고, 22일 의총에서 대통령 의중, 정부안과 관련한 여러 의견이 논의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검찰개혁을 둘러싼 당청 간 출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중수청을 행정안전부 산하에 둘 것인지, 법무부 산하에 둘 것인지를 두고 처음 맞붙었다. 정부는 법무부 산하에 두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지만, 여당 강경파와 강성 지지층의 반발로 중수청의 지휘·감독권을 행정안전부에 속하게 됐다. 이후 정부는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을 꾸려 관련 법안 마련을 주도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고, 그 결과를 지난 12일 공개했다. 이번 정부안에는 보완수사권 문제가 담기진 않았지만, 당내 강경파는 이 안을 보완수사권 유지 수순으로 읽고 크게 반발해 왔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는 정청래 체제를 떠받쳐 온 핵심적인 정체성”이라며 “정 대표에게는 입법권을 앞세워 대통령의 당부를 등지기도, 지지층의 희망을 저버리기도 어려운 딜레마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개혁추진단이 구성한 자문위원회(위원장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내부 이견도 최종 결론 마련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자문위는 지난 20일 “중수청이 제2의 검찰청이란 오해를 받을 수 있으므로 대폭 수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문위는 정부안이 중수청 구조를 ‘변호사 자격이 있는 자’로 한정한 수사사법관과 전문수사관으로 이원화한 것에 대해 “중수청은 일원 조직으로 한다. 다만, 검찰의 특수수사 역량을 보존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완수사권 폐지 여부가 논란된 형사소송법 개정은 “이제 논의에 들어간다”고 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6명의 보완수사권 폐지론자들은 이미 자문위를 탈퇴한 상태다.

자문위에 남아 있는 양홍석 변호사는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를 폐지한다면, 상당한 부작용을 감당해야하고, 그 공백을 메워줄 다른 대안이 제시되어야 한다”고 적었다. 아울러 자문위는 중수청의 수사권한도 9대 범죄에서 ‘부패, 경제, 공직자, 내란·외환’ 등 4대 범죄로 축소해야하고, 다른 수사기관 사건을 가져올 수 있는 우선 수사권은 삭제하자고 제안했다.



여성국.이찬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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