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10·15대책을 발표한 이후, 강남3구 아파트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대책이 발효된 직후인 지난 10월 20일부터 12월 말까지 약 만 건에 달하는 토지거래허가 신청가격을 전수조사한 결과다.
서울시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를 받아 신고하기까지 50일가량 걸리는 만큼 현재의 ‘깜깜이 시장’을 정확히 보여주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신고가 거래도 나오고 있다.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의 경우 지난 5일 42억5000만원에 송파구의 토지거래허가를 받아 신고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10·15 대책 이후 12월 말까지 총 9935건의 토지거래허가 신청서가 25개 구에 접수됐다. 노원구(993건)의 아파트 거래 신청이 가장 많았다. 이어 송파구(764건)·성북구(689건)·강서구(685건)·구로구(526건)·서대문구(516건)·은평구(501건)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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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 거래량 1위, 강남 집값은 더 올라
중저가 아파트가 비교적 많은 동네의 거래가 활발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10·15대책 이후 거래가 급감한 것처럼 보인 건 착시현상”이라며 “허가를 받기 위해 실제 계약 체결이 뒤로 밀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재훈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대출 규제로 중저가 아파트에 매수세가 몰렸고, 무주택자의 불안 심리가 뒷받침됐다”고 말했다.
정부가 잡으려던 강남 집값은 더 올랐다. 대출이 막히고 갭투자가 불가능한데도 현금부자와 ‘똘똘한 한 채’ 갈아타기 수요가 가격을 밀어 올렸다. 토지거래허가 신청가격을 기준으로 강남3구 및 용산구의 아파트 가격은 전월 대비해 11월 2.68%, 12월에는 4.29%로 치솟았다. 서울 전체 아파트 가격이 11월 1.49%, 12월 1.58%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크다.
한강벨트7개 구(광진·성동·마포·동작·양천·영등포·강동구)는 11월 5.42%, 12월 1.29%로 상승폭은 줄었지만, 상승세는 유지했다. 강북 10개구(종로·중·강북·노원·도봉·동대문·성북·중랑·서대문·은평구)는 11월 1.48%, 12월 0.77%로 약보합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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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시장, 동일 단지서 하루 6억 차이 거래
실제 거래허가 신청 가격을 살펴보니 가격 편차가 심하지만, 집값은 오르는 추세다. 지난해 11월 24일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의 허가 신청서가 두건 접수됐는데 한 집은 34억7000만원에, 다른 집은 40억5000만원에 허가 신청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계약한 가격은 34억4000만원, 40억3000만원으로 허가 때보다 낮아졌지만 가격 차이가 약 6억원에 달한다. 구로구 한마을아파트 전용 59㎡의 경우 지난달 16일 6억9000만원에, 지난달 19일 8억원에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해 1억1000만원의 가격 차이를 보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같은 단지, 같은 면적이라도 층과 향에 따라 차이가 나긴 하지만 그 요인으로만 보기엔 가격 차이가 너무 크다” 며 “‘깜깜이 시장’ 탓에 정확한 정보를 몰라 가격이 들쭉날쭉하게 거래되는 듯하다”고 풀이했다.
신고가도 나오고 있다.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는 지난 5일 42억5000만원에 거래 허가를 받았다. 지난해 7월 신고가인 42억2700만원을 넘어섰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거래가 위축되면 가격이 내려간다고 생각했는데 서울 전역이 규제지역이 되면서 거래량은 위축돼도 가격 상승 압력은 다른 데로 빠지지 않아 더 상승하는 부작용을 보인다”고 말했다. 구강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급 부족 우려가 큰 상황에서 수요를 눌러봤자 규제 효과는 오래 가지 못하고 전·월세 시장만 자극하는 등 역효과만 났다”며 “애당초 무리한 규제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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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강북·도봉·은평·금천구는 왜 지정?
정부가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할 당시 지정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구도 있어 논란이다. 직전 3개월(7~9월)의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1.5배를 넘겨야 한다. 하지만 한국부동산원의 월간 주택종합 매매가격지수를 보면 7~9월 주택가격 상승률이 중랑구는 0.58%, 강북구 0.51%, 도봉구 0.45%, 은평구 0.78%, 금천구 0.56%로 당시 물가상승률 1.5배(0.82%)에 미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개혁신당과 주민들은 10·15 부동산 대책 무효 확인·취소 소송을 제기해 오는 29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서울시는 이달부터 매달 토지거래허가 신청 현황을 포함해 한국부동산원의 실거래가격지수 등을 분석한 자료를 발표할 예정이다. 10·15 대책 이후 발생하는 부동산 정보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다. 또 부동산원이 매주 발표하는 주간동향의 경우 실거래가가 아닌 표본주택의 호가도 반영돼 통계가 정확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정재훈 교수는 “토허제 규제 효과는 금방 사라졌고, 시장을 왜곡하는 부작용만 남았다”며 “정비사업 활성화 등을 통해 공급을 꾸준히 늘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