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설에서 이렇게 말하자 청중들 사이엔 의아하다는 표정이 번졌다. 최근 주식시장 하락을 불러온 국제사회 최대 이슈는 미국의 ‘그린란드’ 장악 구상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아이슬란드(Iceland)’와 ‘그린란드(Greenland)’를 여러 차례 뒤섞어 말해 논란을 키웠다. 백악관은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아이스 랜드(ice land)’로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백악관을 출입하는 미 방송 뉴스네이션나우의 한 기자는 이날 X(옛 트위터)에 “트럼프가 연설 도중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를 세 번 정도 혼동하는 듯 보였다”고 적었다. 실제 트럼프는 “주식시장이 어제 처음 하락한 건 아이슬란드 때문이다” 외에도 “아이슬란드가 이미 우리에게 많은 돈을 날리게 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청중과 외신 사이에서는 “그린란드를 아이슬란드로 잘못 말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백악관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X에 기자의 글을 공유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말실수한 게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사전 작성된 연설문에서 그린란드를 ‘얼음덩어리(piece of ice)’라고 표현했을 뿐이며, 그게 바로 그린란드”라며 “지금 무언가를 혼동하는 건 기자 본인”이라고 반박했다. ‘아이슬란드(Iceland)’를 ‘아이스 랜드(ice land)’로 풀어낸 언어유희였다는 해명인 셈이다.
트럼프의 연설은 개인 조롱으로도 번졌다. 트럼프는 전날 오른쪽 눈 혈관 파열로 인한 충혈 때문에 선글라스를 착용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겨냥한 듯 “어제 아름다운 선글라스를 쓴 걸 봤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What the hell happened)”고 조롱하듯 말했다. 이는 마크롱이 전날 연설에서 미국의 그린란드 압박과 관세 위협을 “근본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폭력배에 맞설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직후 나온 발언이었다.
하지만 트럼프의 조롱과는 달리 마크롱의 인기는 오히려 치솟았다. 이날 X(옛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어두운 반사 선글라스를 낀 마크롱의 모습이 영화 ‘탑건’의 주인공을 연상시킨다는 밈이 쏟아졌고, “트럼프, 조심하라. 마크롱이 왔다”며 프랑스를 응원하는 글이 올라왔다. 벤자민 하다드 프랑스 유럽담당 장관 대리가 공유한 밈에서는 선글라스를 낀 인물이 프랑스 국기를 두른 채, 성조기를 두른 안경 낀 인물을 압도하는 장면이 담기며 프랑스의 강경한 태도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마크롱의 선글라스 효과’는 실제 매출로도 이어졌다. 마크롱이 착용한 모델은 이탈리아 아이웨어 그룹 아이비전 테크가 보유한 헨리 줄리앙의 ‘퍼시픽 S 01’으로, 가격은 659유로(약 113만 원)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전했다. 이 회사 주가는 이날 밀라노 증시에서 약 6% 급등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업체 측은 “선글라스를 선물로 보냈지만, 마크롱이 직접 비용을 지불하겠다고 고집했고 프랑스산 제품인지도 확인했다”는 후일담도 전했다. 트럼프의 한마디가 뜻밖의 ‘마크롱 홍보 효과’를 낳은 셈이다.
이날 다보스 무대에는 미국 내 정치적 악연도 함께 올랐다. 트럼프는 청중석에 있던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향해 “예전에는 사이가 아주 좋았다. 개빈은 좋은 사람이고, 도움이 필요하면 주저 없이 도와줄 것”이라며 화해 제스처를 보냈다.
하지만 같은 날 뉴섬은 다보스의 공식 미국 행사장인 ‘USA 하우스’ 출입을 거부당했다. 트럼프 측근들도 “그 누구도 삼류 주지사 뉴섬이 누군지, 왜 스위스에서 흥청망청 시간을 보내는지 알지 못한다(백악관)”며 “(영화 ‘아메리칸 사이코’의) 패트릭 베이트먼과 (‘바비’의) 스파클 비치 켄을 합쳐놓은 듯한 뉴섬은 카말라 해리스보다 경제에 대해 모르는 유일한 캘리포니아 주민일지도 모른다(스콧 베센트 재무장관)”고 날을 세웠다. 겉모습과 자기연출에 집착하지만 실속은 없는 인물이란 비판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