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부터 교사 개인 연락처나 SNS를 통한 학부모 상담·요구 접수는 전면 금지된다. 중대한 교권 침해가 발생하면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 결정 이전이라도 학교장이 출석 정지나 학급 교체 등 긴급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교권을 침해한 학부모에게는 과태료 300만 원이 부과된다.
단, 학교폭력과 달리 교권 침해 사실은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에 남지 않게 되면서 현장에서는 “교권 보호에 필요한 핵심 수단이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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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개인 연락처로 상담 금지
교육부는 22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학교 민원 대응 및 교육활동 보호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각종 학부모 민원을 교사 개인이 아닌 학교와 교육청이 대응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대책에 따르면 학부모 민원 창구는 학교 대표 번호와 온라인 소통 시스템 ‘이어드림’ 등 공식 창구로 일원화된다. 학부모는 앞으로 이 같은 공식 창구를 통해서만 학교생활 상담이나 민원을 접수할 수 있다. 학교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특이·악성 민원은 관할 교육청으로 넘겨진다. 교사 개인 연락처나 SNS를 통해 학부모가 개별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방식은 금지된다.
학교장에게는 이른바 ‘긴급조치권’이 부여된다. 상해·폭행, 성폭력 범죄 등 교원지위법이 규정한 중대한 교육활동 침해 사안이 발생할 경우 교보위 결정을 기다리지 않고도 학교장이 교사와 학생을 즉시 분리할 수 있다.
교육청의 법적 대응도 강화된다. 지금까지는 중대 교권 침해가 발생해도 교육청 재량으로 고발 여부를 판단하다 보니 실제 수사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지 않았다. 앞으로는 교보위 심의를 거쳐 교육감이 고발 여부를 결정하도록 보다 확실한 절차와 기준을 마련해 중대한 교권 침해 사안에 대해 일관된 대응이 이뤄지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제재 수위도 한층 높아진다. 학부모 등 보호자가 교권 침해를 저지를 경우 부과되는 과태료는 위반 횟수와 관계없이 300만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현재는 교권 침해 행위의 건수에 따라 100만원에서 300만원까지 단계적으로 부과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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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 기재는 처벌 아니라 최소한의 교육적 장치”
다만 교권 침해 사실을 생기부에 기록하는 방안은 이번 대책에서 빠졌다. 교육부는 “교원단체 사이에서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일부 시도교육청과 학부모들도 우려를 나타낸 점을 고려해 향후 국회 입법과정에서 충분히 논의하며 반영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생기부 기재에 찬성해 온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번 대책이 미온적이라며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태훈 교총 교권보호분과위원장은 “교권 침해에 대한 조치의 실효성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부 기재까지 제외됐다”며 “엄정한 기록이 없으면 교실 내 질서를 바로잡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강주호 교총 회장은 “수업일 기준 하루 3~4건의 폭행·상해 사건과 이틀에 한 번꼴로 발생하는 교원에 대한 학생들의 성폭력 등 범죄 수준의 중대 교권 침해가 발생해도 학생부에 기록되지 않는 현실은 교권 침해를 가볍게 인식하게 만드는 원인”이라며 “학생부 기재는 처벌이 아니라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지게 하는 최소한의 교육적 장치이자 다수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한 예방 조치로서 즉각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교보위 개최 건수는 4234건으로, 이 중 90% 이상인 3925건이 교권 침해로 조사됐다. 2020년(1197건)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학부모 사이에서는 학생부 기재가 빠진 데 대해 안도하면서도 교권 보호를 위한 추가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A씨는 “교권 침해가 생기부에 남을 경우 아이들에게 불이익이 생길까 걱정했다”며 “낙인을 찍는 제도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외된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다만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B씨는 “교권 침해가 심각한 만큼 교사와 학생을 함께 보호할 수 있는 장치는 충분히 마련돼야 하는데, 이번에 나온 대책은 기존에 있었던 것들을 보강한다는 느낌이라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생기부 기재가 아니더라도 추가적인 대책이 나와야 실질적인 현장의 변화가 체감될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