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모의고사 시험지를 조직적으로 빼돌려 유포한 현직 교사와 학원 강사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반부패수사대는 지난 5년 간 전국연합학력평가 및 수능 모의평가 문제·정답·해설지 등이 담긴 봉투를 권한 없이 사전에 개봉하고, 유출·유포한 혐의(공무상비밀봉함개봉 및 고등교육법 위반)로 현직 고등학교 교사 3명과 학원 강사 43명 등 46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 6월 5일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으로부터 의뢰를 받고 관련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의뢰 내용은 “약 3200명이 모인 오픈채팅방에서 6월 4일 고1 학력평가 영어 영역 정답·해설지가 유출됐다”는 것이었다. 경찰은 같은 달 8일 유포자 2명을 찾아냈고, 11일 최초 유출자인 현직 고등학교 교사 A씨와 학원 강사 B씨의 신원을 특정했다. A씨와 B씨는 대학원 선·후배 사이로, B씨의 학원 수업자료 제작을 위해 사전 유출을 공모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2019년 6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치러진 수능 모의평가에서 문답지를 사전 유출한 42명의 피의자도 추가로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휴대전화 포렌식 분석 결과, 총 14차례 시행된 모의평가에서 문제지가 유출됐다”며 “이 과정에서 고등교육법 위반 혐의를 받는 고등학교 교사 및 학원 강사 등 42명을 추가로 인지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입수한 카카오톡 대화를 보면 대화방 참가자들은 “고2 6모(6월 모의고사) 수학 있으신 분 계신가요?” 등의 메시지를 보내는 등 대체로 범행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일부 참가자만이 “평가원 시험이 끝나지 않았는데, 시험지가 이렇게 스캔 되어서 돌아다녀도 되느냐”고 되묻는 등 우려를 표시했다.
경찰은 사전 유출된 자료가 학원 강사들의 경제적 이익 추구에 활용됐다고 판단했다. 일부 강사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모임을 결성해 문제지를 사전 입수한 뒤 해설지를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학원 강사들이 이미 포함된 사교육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먼저 문제지 등을 획득해 이용했다”며 “업계 종사자들의 도덕적 불감증을 근절하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도록 교육부 등과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