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가자지구 평화 정착·관리를 위해 창설을 추진 중인 ‘평화위원회’가 역사상 가장 권위 있는 위원회가 될 것이며 여기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세계경제총회(WEF) 연차총회 참석차 스위스 다보스를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평화위원회는 세계 역사상 그 어느 위원회보다 가장 권위 있는 위원회가 될 것”이라며 “유엔이 했어야 할 많은 일을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유엔과 협력하겠지만 평화위원회는 특별할 것이다. 우리는 평화를 이룰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평화위원회에 푸틴 대통령도 초청됐으며 “그가 (참여를) 수락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이 수락했다. 수락하지 않은 사람은 제가 아는 한 아무도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러시아가 그린란드를 점령하려 할까 봐 우려된다고 했는데도 푸틴 대통령을 평화위원회에 초대한 이유는 뭔가”라는 기자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모든 사람을, 모든 국가를 원하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국민이 통제권을 갖고 권력을 가진 모든 국가를 원한다. 그러면 결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인물들도 포함돼 있지만 이들은 일을 해내는 사람들이고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라며 “위원회에 모두 아기들만 있다면 별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그린란드 확보 의지를 피력하며 “우리가 하지 않으면 러시아나 중국이 그린란드를 점령하려 할 것”이라는 이유를 대 왔다. 평화위원회에 러시아 참여를 요청한 것은 이율배반적인 태도 아니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아기들’이 아닌 푸틴 대통령 등 이른바 ‘스트롱맨’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드러낸 셈이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0억 달러(약 1조4700억원)를 내고 ‘영구 회원국’으로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했지만 국제사회가 납득하기 어려운 조건을 내걸었다. 미국 정부가 제재 차원에서 동결해 묶인 상태인 약 3000억 달러(약 440조원) 가운데 10억 달러를 지불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3000억 달러 중 대부분은 유럽에 있지만 미국에 묶인 자산도 50억 달러(약 7조3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의 판을 흔들면서 러시아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푸틴 대통령의 노림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평화위원회는 당초 가자 전쟁 종식을 목표로 한 평화 구상을 이행하기 위한 핵심 기구로 설계됐다. 하지만 직접 의장을 맡는 평화위원회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유엔 대체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유엔을 대신하는 국제 분쟁 해결기구로 키우려 한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기본 회원국의 경우 무료로 3년 임기 가입이 가능하지만, 임기 제한이 없는 영구 회원국이 되려면 창설 첫 해 10억 달러 이상을 기부해야 해 전형적인 ‘트럼프식 거래외교’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평화위원회 참여를 초청받은 약 60개국 가운데 현재까지 약 20개국이 수락을 공식화했다. 이날 이스라엘 총리실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평화위원회 초청 수락을 공식 발표했고, 사우디아라비아·튀르키예이집트·요르단·인도네시아·파키스탄·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가 공동성명을 통해 초청 수락을 공식화했다. 앞서 참여를 결정한 아르헨티나·아제르바이잔·벨라루스·헝가리·코소보·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모로코·바레인·베트남 등까지 합치면 약 20개국에 이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초청을 수락하지 않을 지도자는 없을 거라고 했지만, 프랑스·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 등은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가 다보스 포럼 도중 밝혔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이날 보도했다. 미국의 최우방 국가인 영국의 키어스타머 총리 역시 공식적으로는 “동맹국들과 논의 중”이라며 말을 아꼈지만, 회의적인 분위기라고 한다. 중국은 “초청장을 받았다”고 공개했으나 참여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한국도 초청돼 참여 여부를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