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설에서 '그린란드 병합' 의지를 밝힌 데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세계와 구세계와의 충돌”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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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 잃은 유럽…연설 도중 곳곳 ‘탄식’
트럼프 대통령은 총회 연설에서 현재 유럽이 존재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 덕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압도적으로 전쟁(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했다”며 “우리가 없었다면 여러분 모두 독일어를, 어쩌면 일본어도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유럽을 조롱했다.
이어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100%를 부담해 러시아로부터 유럽을 보호하는 동안 미국은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며 그린란드를 당연히 돌려받아야 할 ‘아주 작은 요구’라고 했다. 심지어 그린란드가 원래 미국의 영토였다는 주장도 펼쳤다.
실제 연설이 시작할 때만 해도 방청석을 가득 채운 유럽 주요국 정상들 사이에선 간간이 웃음이 나왔지만, 70분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웃음은 침묵으로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을 비난하며 그린란드 병합 의지를 천명하자 곳곳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트럼프와 마러라고에서 자주 골프를 치곤 했던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은 창백해진 얼굴로 일어나 트럼프 측근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에게 다가가 발언의 진의를 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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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소멸론’ 선언?…“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유럽의 일부 지역은 더는 알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됐다”며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친(親)이민 정책으로 유럽 문명의 정체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유럽이 강조하고 있는 친환경, 무역, 복지 정책 전반을 비판했다.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던 필 고든은 NYT에 “유럽 관리들이 연설 도중 ‘세계대전 이후 시대는 완전히 끝났느냐’는 질문을 했다”며 “이번 연설로 유럽은 트럼프 집권으로 세상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것을 부인하지 못하게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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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와 유럽은 미국에 감사해야 한다”
그린란드 병합 계획과 관련해선 “만약 ‘아니오’라고 한다면 우리는 기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에 앞선 연설에서 미국과의 관계를 “단절 수준”이라고 비판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를 향해선 “캐나다는 우리로부터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고, 감사해야 마땅하다”며 “캐나다는 미국 덕분에 존재한다. 다음 발언할 때는 이를 명심하라, 마크”라며 이름을 직접 언급했다.
눈 혈관 부상으로 선글라스를 쓰고 “유럽은 약자를 괴롭히는 자들에 맞설 것이며 ‘강자의 법칙’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연설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향해선 “멋진 선글라스를 썼던데, 강한 척하는 모습을 보이려는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모욕적 발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키어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날 자국 하원 의원들에게 “그린란드 문제에 대한 워싱턴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영국은 관세 위협에 굴복해 그린란드의 미래에 대한 영국의 원칙과 가치를 굽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덴마크 총리를 영국으로 불러 만나겠다는 뜻도 밝혔다.
스타머 총리는 당초 다보스포럼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SNS)에 영국이 차고스 제도를 모리셔스에 반환키로 한 것을 놓고 “대단히 멍청한 짓”이라고 공개적으로 비난을 가한 이후, 참석자 명단에서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