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피(코스피 5000)’ 공약이 달성된 22일, 청와대는 환호하는 대신 신발 끈을 다시 바짝 죄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참모들을 향해 “열심히 해줘서 감사드리고, 성과들도 조금씩 나오고 있어서 고생하셨단 말씀을 드린다”며 “지금까지도 잘해 주셨는데, 조금 더 속도를 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도 ‘코스피 5000’ 달성에 대해 논평 없이 “그냥 담담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 위원들과 비공개 오찬을 갖고 3차 상법 개정안 등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다. 오기형 특위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 코스피 5000이라는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3차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시장에서 요구되는 다양한 것들에 대해서도 계속 점검·개선하겠다는 말씀을 나눴다”고 밝혔다.
3차 상법 개정의 핵심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다. 회사가 보유한 자기 주식을 없애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량을 줄이는 것으로, 여권에선 주가를 상승시키고 주주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반면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제인협회 등 경제 8단체는“기업의 경영권 방어수단이 박탈될 수 있다”며 합리적 보완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비공개 오찬에서는 기업이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하락시키는 관행을 근절하는 내용의 ‘주가 누르기 방지법’(상속세법·증여세법 개정안, 이소영 의원 대표발의)을 추진하자는 얘기도 나왔다. 한 참석자는 “이 대통령이 법안 설명을 들은 뒤 김용범 정책실장에 ‘바로 추진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간 이 대통령은 20대 대선 후보였던 2021년 12월 “주가 조작 사범을 철저히 응징하고 펀드 사기는 엄중 처벌해 주가지수 5000 시대를 열 것”이라고 밝힌 뒤로, ‘코스피 5000’을 핵심 정책으로 추진해 왔다. 민주당 대표 시절이던 2024년 12월엔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대통령 취임 직후 지난해 7월과 8월엔 국회에서 1차·2차 상법 개정안이 잇달아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이 대통령은 전날 신년회견에서 “대한민국 주가는 평화·경영·경제·정치 등 4가지 리스크 때문에 저평가됐는데, 이걸 해결하니 개선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코스피는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6월 20일 3000선을 회복했고,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 기대가 반영되면서 지난해 10월 27일 4000포인트대에 올라섰다. 원화 가치 하락과 가파른 부동산값 상승 등 악재 속에도 꾸준히 상승한 코스피 지수는 “이 대통령의 60%에 근접하는 지지율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버팀목”(민주당 재경위 관계자)이란 평가를 받았다.
다만 여권 일각에선 급격히 오른 주가에 대한 불안감도 감지된다. 민주당 수도권 의원은 22일 “주가라는 건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오르고 내릴 수 있다”며 “6월 지방선거가 있는 만큼, 일희일비하기보다는 한국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민생 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 역시 “우리가 봐도 무섭게 오른 측면은 있다”며 “잘 다지고 지키는 건 또 다른 과제”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회견에서 주가 전망에 대해 “정상(正常)을 찾아가는 중”이라며 “대폭락이 오지 않을까, 그건 저도 모른다. 투자는 신중하게 자기 판단 하에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