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손자는 결격” 박진경 국가유공자 취소 수순?…유족 “전수조사해야”

중앙일보

2026.01.21 23:59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지난해 12월 10일 오후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이 제주4·3평화공원에서 4·3유족회와 만나 박진경 대령 국가유공자 논란에 송구스럽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앞서 국가보훈부는 4·3학살을 주도한 박진경 대령을 국가유공자로 등록해 논란이 되자 사과했다. 뉴스1
국가보훈부가 제주 4·3사건 진압 작전을 이끈 고(故) 박진경 대령에게 국가 유공자 증서를 발급한 것과 관련해 보훈심사위원회 심의에 올려 적절성을 검토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박 대령의 손자가 유공자 등록을 요청했는데, 손자는 원래 신청 자격이 없으니 보훈심사위에 부의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사실상 국가 유공자 취소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권오을 보훈부 장관은 지난 2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가유공자 지정 신청은 직계자녀와 부모만 가능한데, 박 대령의 경우 손자가 신청해 애초에 신청 자격이 없었다”며 “손자에게는 신청 자격이 없는 만큼 일단 그 절차를 취소하고, 보훈심사위에 안건을 올려 이 문제를 다시 심의받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유공자법에 따라 대상자의 직계자식과 부모만 국가 유공자 신청을 할 수 있게 돼 있으므로 손자가 신청해 국가 유공자 발급 증서가 나온 박 대령의 경우는 절차에 맞지 않다는 취지다.

박 대령은 1948년 5월 제주에서 진압 작전을 이끌다 남로당 세포로 활동하던 부하에 의해 암살된 뒤 전몰군경(戰歿軍警)으로 인정받아 현충원에 안장됐다. 박 대령 유족은 지난 10월 20일 무공훈장 수훈 등을 근거로 보훈부에 박 대령을 국가유공자로 등록해달라고 신청했다. 같은 날 보훈부 서울보훈지청은 박 대령을 국가유공자로 인정했다. 4·3 사건 희생자 유가족과 단체들은 그가 강경진압을 이끈 “학살의 주범”이라는 입장이다. 박 대령 측과 일부 단체는 “양민 학살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보훈부는 박 대령 건을 보훈심사위에 부의할 방침이다. 국가유공자법 6조 5항은 신청 대상자가 없어 등록신청을 할 수 없는 사람에 대해서는 보훈심사위원회 심의와 의결을 거쳐 국가유공자로 기록하고 예우 및 관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상설협의체인 보훈심사위는 10명 안팎으로 구성된 분과위원회에서 사안을 논의한다.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본회의를 연다. 본회의는 전원합의 방식이지만 의견이 엇갈릴 경우 의결을 진행한다.

이를 두고 박 대령에 대한 국가 유공자 지정 취소를 이미 염두에 두고 이뤄지는 조치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4일 박 대령이 국가유공자로 지정된 경위를 살펴보고 이를 취소할 수 있는지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다음 날 보훈부는 “관련 법률과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보훈부는 박 대령을 국가유공자로 인정하게 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서울지방보훈청에 대한 감사도 진행했다.

박 대령의 양손자인 박철균 육군 예비역 준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박진경 대령은 자유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목숨을 바친 분”이라며 “법 취지에 맞게 충분히 국가유공자가 될 수 있는 분이다”라고 말했다. 박진경 대령 유족회 박홍균 사무총장은 “박 대령이 유공자로 지정돼도 손자는 혜택을 받지 않는다. 추도비를 훼손하려는 시도를 막기 위한 유공자 신청을 한 것”이라며 “손자라서 결격 사유가 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이런 논리라면 제주 4.3 관련 국가유공자를 전수조사해야 한다”라고 토로했다.



심석용([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