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인공지능(AI) 음성 비서 ‘시리’(Siri)는 그간의 부진을 털고 설욕할 수 있을까. ‘AI 지각생’ 애플이 시리를 챗GPT와 유사한 AI 챗봇 형태로 개편할 방침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1일(현지시간) 애플이 차기 스마트폰과 PC 운영체제(OS)에서 챗봇 기능을 갖춘 시리의 새 버전을 탑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캄포스’(Campos)라는 코드명이 붙은 이번 개편이 완료되면 시리는 대화의 맥락을 파악해 이용자와 보다 더 자연스러운 소통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시리의 성능은 과거 단답형 대화 수준에서 최근 문맥 파악 능력 등이 개선됐지만, 경쟁사의 AI 서비스보다 여전히 수준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애플은 2024년 AI 플랫폼 ‘애플 인텔리전스’를 시장에 내놨지만, 실망스러운 성능과 기능 적용 지연 등으로 담당 임원이 교체되기도 했다.
애플의 이번 결정을 두고 시장 수요에 맞게 서비스 전략을 바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애플은 그동안 오픈AI, 구글 등이 대중화 한 챗봇 방식의 AI 기능 도입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 수석 부사장은 지난해 6월 “애플은 사용자가 한 작업을 처리하기 위해 별도의 채팅 창으로 이동하는 걸 원치 않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IT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챗봇 인터페이스가 익숙해지고, 주요 경쟁사들 역시 AI 챗봇을 운영체제 수준으로 통합하고 있어 애플도 전략을 선회한 것이다.
애플은 그간 독자적인 AI 모델을 개발해왔던 ‘폐쇄주의’ 전략도 내려놨다. 새로 선보일 시리의 두뇌는 경쟁사인 구글이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AI 기술 경쟁에서 뒤처져 왔던 애플은 최근 애플 인텔리전스의 기반 모델로 구글의 제미나이를 공식 채택했다. 블룸버그는 익명의 취재원을 인용해 “캄포스는 구글의 제미나이 3에 필적하는 고급 맞춤형 모델로 구동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애플은 챗봇 기능을 갖춘 시리의 새 버전을 오는 6월 세계개발자대회(WWDC)에서 공개하고, 9월에 출시하는 iOS·아이패드OS·맥OS 27부터 적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