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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긋는 유럽, '적극 검토' 기류 한국..."평화위 가입, 트럼프식 동맹 테스트"

중앙일보

2026.01.22 00:23 2026.01.22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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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가자지구 전후 복구 기구인 ‘평화위원회(Board of Peace)’ 참여를 놓고 신중론을 유지하면서 내부적으론 가입을 염두에 두고 여러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이문배 외교부 부대변인은 22일 브리핑에서 “우리 정부는 미 측의 평화위원회 가입 제안과 관련하여 동 위원회의 평화 안정에 대한 기여 측면 및 우리의 역할 등 제반사항을 고려하여 현재 동 건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국가안보실도 이날 같은 입장을 확인했다. 외교부는 지난 20일 “최근에 미국 측으로부터 초청을 받았고, 관련 내용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는데, 해당 검토가 보다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실제 정부 내부 기류는 평화위 가입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평화위 이니셔티브 자체를 환영하면서 현재 가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또 “이왕 가입하기로 한다면 늦게 하는 것보다 빨리 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들도 있다. 방향성이 확정되면 시간을 오래 끌진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동참 쪽으로 가닥이 잡혔는데도 괜히 ‘눈치 게임’에 시간을 끌다 후순위로 들어가게 될 경우 미 측으로부터 별다른 평가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취지다.

이문배 외교부 부대변인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평화위는 가자지구 종전 후 해당 지역을 통치할 최고 의사결정 기구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5일 설립을 발표했다. 미 행정부는 한국을 포함한 약 60개국에 초청장을 보낸 상태다. 현재까지 이스라엘은 물론 사우디아라비아·튀르키예·이집트 등 중동 국가를 중심으로 평화위 참여 의사를 밝혔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그린란드 병합 문제 등으로 트럼프와 각을 세우고 있는 유럽 국가들은 참여에 부정적이다. 평화위가 가자 재건을 넘어 유엔(UN)의 분쟁 해결 기능을 대체하려는 ‘트럼프판 유엔’이라는 비판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가 총 60개국 초대 과정에서 공유한 헌장 초안에는 가자지구를 특정하는 표현은 없고 “분쟁의 영향을 받거나, 분쟁 위협에 처한 지역”이란 포괄적 표현이 담겼다.

비용 문제도 현실적인 문턱이다. 헌장 초안에 따르면 가입비는 별도로 없으나 위원회 경비를 ‘자발적 기여’로 충당해야 한다. 특히 임기 제한(3년) 없는 ‘영구 회원권’을 얻기 위해서는 10억 달러(약 1조 4800억 원)에 달하는 입회비를 납부해야 한다.

그럼에도 정부가 가입을 적극 검토하는 건 한·미 양국 간 진행 중인 핵심 현안들을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양국은 현재 핵추진잠수함 도입 및 원자력협정 개정 등 후속 협상을 진행중이다. 또 미국이 반도체 관세 카드를 꺼내면서 발등에 또다른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평화위 가입을 지렛대 삼아 한·미 통상 및 안보 현안 논의에서 동력을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할 수 있는 셈이다. 여권 관계자는 “사실상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동맹 테스트’인 셈”이라며 “통상 파고가 덮친 상황에서 전략적으로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최종 가입 여부 판단까진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우선 평화위가 어떻게 구성되고 어떤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지, 조정 대상을 무엇으로 할지 등 구체적 정보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한다. 한 외교 소식통은 “평화위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해 초청장을 받은 나라들이 미국에 정보를 더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미 국무부조차 평화위의 구체사항을 확실히 이야기해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당장 평화위 가입 의사를 밝힌 국가 명단도 공식적으로는 공개된 게 없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약 50개국에 초청장이 발송됐으며 이중 약 35개국 정상들이 참여 의사를 보였다”고 말했지만, 정부는 현재까지 가입 의사를 밝힌 국가를 20여개국 안팎으로 파악하고 있다. 트럼프가 21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평화위 구상에 참여해달라는 초청을 수락했다고 밝히자 푸틴이 곧바로 이를 부인하며 “우리의 전략적 동반자들과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반박하는 혼선도 있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초청장에 답변 기한이 없다”면서 “헌장 내용을 양자관계 뿐 아니라 지역정세, 국제법적 측면에서 들여다봐야 해 충분하게 종합 검토를 진행하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윤지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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