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지방선거 공천을 위해 뇌물 1억원을 강선우 무소속(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건넨 혐의를 받는 김경 서울시의원이 다른 민주당 관계자들에게도 전방위적 로비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또 다른 현역 의원들도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고, 나아가 여권의 지난 지방선거나 구청장 보궐선거 공천 과정 전반으로 수사가 번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된다.
김 시의원 측은 “구청장 보궐선거와 관련해 누구에게도 어떤 명목으로든 금품을 제공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허위 신고자를 무고죄로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2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서울시 선관위는 최근 김 시의원이 2023년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인사들에게 로비를 시도한 정황이 있다는 취지의 신고를 접수했다. 선관위는 19일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에 관련 녹취록 등 자료와 함께 사건을 이첩했다. 경찰이 이첩받은 사건의 수사 대상은 김 시의원과 전직 시의회 관계자 등 2명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수사 대상에 전·현직 국회의원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수사가 진행되며 이들이 실제 뇌물 등을 건넨 구체적인 혐의가 포착될 경우 현역 의원들까지 수사 대상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정치권에선 김 시의원이 당시 강서구청장 선거에 도전하기 위해 민주당 지도부 인사와 접촉을 시도하거나 실제 금품을 제공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한 전직 서울시의원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김 시의원이 보궐선거 전 여러차례 전화해 ‘지도부 소속의 A의원을 소개해달라’거나 ‘구청장 출마를 하려고 하니까 얘기 좀 잘해달라’는 취지의 말을 했었다”고 전했다.
전직 민주당 서울시당 관계자도 “김 시의원이 전방위적으로 민주당 지도부 사람들에게 닿으려고 했다는 소문이 파다했었다”며 “이를 위해 김 시의원이 본인 입으로 주변에 ‘재산이 많다’는 얘기도 자주 하고 다녔다”고 회고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3개월 전인 2023년 7월 민주당이 보궐선거에 현직 시의원을 배제하는 방침을 정했는데 “김 시의원이 이를 뒤집어보려고 열심히 로비하며 노력했다”(다른 전직 시의원)는 것이다. 당시 민주당은 김 시의원 대신 진교훈 전 경찰청 차장을 전략 공천했다.
선관위가 경찰에 넘긴 녹취록에는 뇌물과 관련된 직접적인 언급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김 시의원이 측근과 대화하며 어떤 의원을 더 접촉하고, 어떤 의원에게 잘 보여야 할지 등을 논의하며 금품 전달을 모의하는 것으로 추정될만 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선관위 관계자는 “둘의 대화에서 언급된 현역 의원 등은 직접적으로 (혐의가) 드러난 게 아니기 때문에 수사 의뢰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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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확보한 김경 측 PC에 녹취 등 자료 120여개
그러나 향후 수사가 본격화되면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 이미 정치권에선 “파장이 어디까지 튈지는 누구도 모른다”(여권 관계자)는 전망이 나온다. 경찰은 지난 21일 서울시의회가 보관하던 김 시의원 보좌진이 사용하던 컴퓨터를 임의제출 받았다. 해당 컴퓨터에는 김 시의원과 관련된 녹취록 등 자료가 120여개 들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포렌식을 통해 자세히 들여다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인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6명의 인력을 추가로 지원받는 등 수사팀을 보강했다. 여권 관계자는 “만약 김 시의원에게 돈을 받은 민주당 현역 의원이 추가로 드러나면 여권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압박이 강해질 수 있다”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이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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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 측 "허위 사실…악의적 편집한 것"
이와 관련, 김 시의원 측은 22일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김 시의원 측 변호인은 입장문을 통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와 관련해 그 누구에게도 어떤 명목으로든 금품을 제공한 사실이 없다”며 “선관위에 신고된 내용은 허위 사실을 악의적으로 편집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녹취록 속) 대화를 주도한 인물은 당시 강서구청장 출마를 준비하던 인물로 추정되고, 경쟁 후보자이던 김 시의원에게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처럼 유도성 질문을 하면서 대화를 녹음해 공천에서 배제시키는데 이용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신고자를 무고죄로 형사고소하고 사실관계를 명백히 밝히는 등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