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 윤모(39)씨는 연일 오르는 코스피에도 웃지 못했다. 지난해 네이버에 집중 투자했는데 주가는 오히려 떨어져서다. 윤씨는 “일부는 중간에 팔아서 큰 손해를 보진 않았지만,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다른 주식이 미친듯이 오르니까 가만히 있는 내가 벼락거지가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다른 종목들이 너무 많이 올라서 옮겨갈 데도 없다”며 “지금이라도 팔까 생각했지만 그러면 그동안 버틴 세월과 나의 어리석음을 인정해버리는 꼴이 될까봐 버티고 있다”고 한탄했다.
코스피가 22일 장중 5000을 돌파하며 곳곳에서 축포를 터뜨렸지만, 상당수 개인 투자자들은 “내 계좌만 안 오른다”는 소외감에 시달리고 있다. 주식 투자를 아예 안 한 이들 사이에서도 나만 뒤처지는 것 같은, 이른바 포모(FOMO) 심리가 확산하고 있다.
정말 내 계좌만 오르지 않은 걸까. 지금이라도 주식 투자를 해야 하는 걸까. 중앙일보가 NH투자증권에 의뢰해 약 400만 개의 고객 계좌를 전수 분석해 보니, 지난 16일 현재 손실 상태인 계좌는 전체 계좌의 50.01%로 과반을 차지했다. 코스피의 이례적인 고공행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주식 투자로 돈을 벌고 있는 투자자는 절반에 못 미친다는 의미다.
실적은 ‘동학개미’보다 ‘서학개미’가 나았다. 국내 주식이 담긴 계좌만 따로 떼어 보면 손실 비중은 52.21%로 더 높아졌다. 반면 해외 주식 보유 계좌의 손실 비중은 그보다 낮은 36.79%였다.
올해 하락 종목만 1563개
종목별로 보면 증시 양극화는 더욱 뚜렷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대비 22일 코스피는 17.57%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지수 상승률을 상회한 종목은 코스피 상장사의 9%(86개)에 불과했다.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도 48%(456개)나 됐다. 같은 기간 코스닥 상승률 또한 4.85%에 그쳤다. 새해 들어 이날까지 코스피·코스닥을 합쳐 상승한 종목은 1328개였는데 그대로거나 하락한 종목이 1563개로 더 많았다.
상당수 개인투자자가 코스피 상승을 체감하지 못하는 데는 2021년 ‘동학개미 운동(개인의 국내 주식 투자 열풍)’ 당시 매입했던 종목의 손실이 워낙 큰 탓도 있다. 코스피 3000 돌파(2021년 1월 7일) 당시 코스피 시가총액 6위였던 셀트리온은 현재 14위, 8위였던 네이버는 현재 19위, 10위였던 카카오는 현재 28위로 밀려났다.
개인투자자 이모(27)씨는 2021년 대학생 시절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전부 모아 카카오 주식에 쏟아부었다. 하지만 주가는 5년 만에 13만6000원에서 5만8200원으로 약 57% 내렸다. 이씨는 “다른 주식을 추가로 사도 카카오 때문에 계좌가 계속 죽어 있는 느낌”이라며 “이제 와서 뺄 수도 없고 이러다가 죽을 때까지 가져갈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일 기준 NH투자증권 고객 중 네이버 투자자의 평균 수익률은 -9.97%, 카카오는 -30.96%였다. 투자자 규모는 카카오가 약 24만 명으로 네이버(약 15만명)보다 많았다. 또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우려에 놓인 2차전지주 수익률도 LG에너지솔루션(-7.31%), 에코프로비엠(-26.81%) 등 대부분 마이너스였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3000부터 5000까지 끌어올린 건 대부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종목”이라며 “반도체 투자가 비교적 중년이나 돈 많은 사람들에게 집중돼있다 보니 대부분 개인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수익률과 괴리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