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대 금융지주(KBㆍ신한ㆍ하나ㆍ우리)가 18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역대 최대 실적이 예고됐지만,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포용금융 압박이 커질 것으로 보여 ‘축포’를 쏘기도 어려운 분위기다.
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업계가 추정한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4분기 당기순이익은 2조448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2조689억원) 대비 18.35%(3798억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4대 금융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은 18조3610억원으로 2024년(16조5268억원)보다 11.1% 늘 것으로 전망된다.
지주별로 보면 KB금융의 순이익 전망치는 5조6951억원으로, 전년 대비 13.3% 증가하며 ‘리딩금융’ 자리를 지켰다. 신한금융은 5조1775억원, 하나금융은 4조987억원으로 각각 처음 ‘5조 클럽’과 ‘4조 클럽’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금융도 3조3898억원으로 전년보다 6.9%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사의 핵심 수익원인 이자수익은 소폭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4대 금융지주의 이자수익은 101조4933억원으로 전망했다. 2024년(105조8307억원)보다 4.1% 감소한 수치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출영업이 위축된 영향”이라며 “다만 주식시장 호황으로 증권거래 수수료와 기업금융(IB) 등 비이자이익이 크게 늘어나 전체 실적은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실적시즌은 다음 주부터 시작된다. 하나금융이 오는 30일, KB금융과 신한금융이 다음 달 5일, 우리금융이 6일 순서대로 실적을 발표한다. 금융권은 사상 최대 성적표에도 환호하긴 어렵다. 정부가 ‘포용금융’ 청구서를 내밀 가능성이 커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현장 정책간담회에서 “금융이 너무 잔인하다”고 표현하며, 높은 이자이익을 취하는 금융권에 대한 비판적 의식을 드러낸 바 있다. 이에 따라 5대 금융지주(KB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농협)는 이달 8일 서민자금 공급, 취약계층 고금리 부담 완화 등 포용적 금융에 향후 5년간 70조원을 투입하는 계획안을 내놨다. KB금융은 2030년까지 총 17조원을 취약계층ㆍ소상공인의 성장ㆍ재기와 자산형성을 위해 투입하기로 했다. 신한금융(15조원)과 하나(16조원), 우리(7조원) 등 각 금융지주도 수십조원에 이르는 재원을 배정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요즘 지주들은 잇따라 상생ㆍ포용금융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추가 대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국의 과징금 폭탄도 부담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홍콩 ELS 불완전 판매 사태’와 관련해 국민ㆍ신한ㆍ하나ㆍ농협ㆍSC제일은행에 총 2조원 규모의 과징금 부과를 사전 통보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21일 시중은행의 부동산 담보인정비율(LTV) 정보 교환을 담합으로 보고 2720억원의 과징금을 결정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확한 과징금은 아직 예단하기는 어려우나, 일정 부분 실적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양준석 카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포용금융 정책은 사실상 정부 정책을 민간의 돈으로 집행하는 것”이라며 “시장경제 원리에 벗어나지 않도록 저금리 대출 등 취약계층을 위한 대책은 별도 기금을 조성해 집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지나친 정부의 개입이 지속되면 국내 금융사는 ‘규제산업’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