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선고를 맡았던 이진관 부장판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을 “위로부터의 내란”, “친위 쿠데타”라는 새로운 개념을 동원해 규정했다. 과거 법원이 12·12 군사반란과 5·17 비상계엄 확대 조치(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판단 때 ‘쿠데타’의 개념을 사용한 적이 있지만, ‘위로부터’와 ‘친위’라는 수식어를 사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진관 부장판사의 판단에 대해 “형법상 죄명은 같지만 새로운 형태의 내란이 발생했다고 본 것”(부장판사 출신 변호사)이라는 법조계의 분석이 뒤따르고 있다.
과거 법원에선 12·12 군사반란과 5·17 비상계엄 확대 조치에 대해 ‘쿠데타’로 판단한 전례가 있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부장 권성)는 쿠데타를 “정부 형태에 따라 권력이 1인에게서 다른 1인에게로, 또는 어느 집단에서 다른 집단으로 이전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전두환 전 대통령 등이 쿠데타를 통해 내란죄를 저질렀다고 봤다.
당시 판단에서 눈 여겨 볼 부분은 쿠데타에 대해 “중앙정부의 지도자가 교체되는 것” 혹은 “정부권력의 핵심 구성원만이 교체되는 것”이라고 정의한 대목이다. 쿠데타를 지배 엘리트 사이의 권력 탈취 및 이양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 들어간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군 병력 동원과 계엄 확대를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일으킨 폭동”(형법상 내란)으로 포섭해 들어갔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지지하는 측에서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했기 때문에 내란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친 것도 지배 엘리트 사이의 권력 교체를 단죄하기 위해 정한 쿠데타 개념에 바탕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이진관 부장판사가 “윤 전 대통령과 추종세력”의 ‘12·3 비상계엄’을 친위 쿠데타라고 개념 규정한 건 이런 주장을 탄핵하기 위한 논리구성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이 부장판사는 친위 쿠데타를 “권력자가 독재자가 되기 위한 것”으로 정의하고, “많은 경우 성공하여 권력자는 독재자가 됐다”며 친위 쿠데타를 저지를 동기와 이익이 있다는 점을 논증해 들어갔다. 이에 대해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대통령이 최고 권력인데 어떻게 더 최고 권력을 잡기 위해 내란을 하느냐는 주장을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장판사의 판단에서 도드라지는 점은 비집권세력이 권력 탈취를 위해 일으킨 반란 보다 친위 쿠데타의 죄질이 더 나쁘다고 본 점이다. “(친위 쿠데타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과 같은 기본권은 본질적으로 침해되며, 국가의 경제와 외교는 심각한 타격을 받고, 독재자의 권력이 약해지는 시기가 되면 내전과 같은 전쟁이나 정치 투쟁으로 국가와 사회 전반이 회복하기 어려운 혼란에 빠지는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고 꼬집으면서다.
윤 전 대통령이 지난 13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결심 공판에서 비상계엄 선포는 군사 독재나 친위 쿠데타가 아니라, 국민에게 위기 상황을 알리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주장을 펼친 점을 고려한 대목도 보인다. 이 부장판사는 이번 비상계엄 부작용으로 “위헌·위법한 주장에 불과한 계몽성 경험 등을 당연하게 주장하는 사람들”, “서부지법 폭동 사태” 등을 나열하며 “‘아래로부터의 내란’에 해당하는 기존 내란사건에 관한 대법원 판결들은 ‘위로부터의 내란’에 해당하는 피고인에 대한 형을 정함에 있어 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과거 전두환 전 대통령 내란 재판에선 전두환 측이 쿠데타를 ‘혁명’이라 주장한 것처럼, 윤 전 대통령 측은 국민을 ‘계몽’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한 것을 배척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부장판사의 선고에 대해 한계를 긋는 법원 내부의 의견도 존재한다. 윤 전 대통령 등의 내란 본류 사건은 어디까지나 형사25부(부장 지귀연)가 선고할 예정이고, 이 부장판사의 선고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사건에 한정돼있기 때문이다.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내란우두머리 사건 재판부에서 판단해야 할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판단까지 이번 선고에서 해버렸는데, 제대로된 내란죄 성립과 양형에 대한 판단은 형사25부 선고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