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단식 농성을 중단했다. 통일교 금품수수 및 공천헌금 특검(쌍특검) 도입을 여권에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한 지 8일째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회를 전격 방문해 직접 단식을 만류한 게 결정적 계기였다. 이번 단식으로 내부 결속은 다졌지만, 한동훈 전 대표 징계와 윤석열 전 대통령 절연 등 난제는 그대로라는 평가다.
장 대표는 이날 오전 11시 55분쯤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진행하던 단식 농성을 끝냈다. 의원들의 부축을 받아 휠체어에 탑승한 장 대표는 “더 길고 더 큰 싸움을 위해서 단식을 중단한다”며 “부패한 이재명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의 폭정을 향한 국민의 탄식은 들불처럼 타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발언을 끝낸 뒤엔 로텐더홀 바닥에 늘어선 지지자들의 꽃바구니를 한 바퀴 둘러본 뒤 서울 신림동의 종합병원으로 이송됐다. 산소 발생기와 연결된 투명 호스까지 코에 착용했던 장 대표는 검진을 마친 뒤 입원 후 치료를 받으며 안정을 취하고 있다.
“죽어도 여기서 죽겠다”던 장 대표가 단식을 끝낸 변곡점은 박 전 대통령의 방문이었다. 박 전 대통령이 국회 본관에 진입한 건 10년 만이었다. 탄핵 정국이 본격화되기 전인 2016년 10월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한 게 마지막이었던 까닭이다. 박 전 대통령은 22일 오전 11시 20분쯤 농성장을 찾아 “국민들께서 정치인으로서 목숨 건 투쟁을 한 진정성을 인정할 것”이라며 “정부·여당이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은 건 정치 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런 뒤 “훗날을 위해 단식을 그만두겠다고 약속해달라”고 했고, 이에 장 대표는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박 전 대통령의 방문은 장 대표와 지도부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깜짝 방문’이었다고 한다. 장 대표의 단식 소식을 듣고 안타까워하던 박 전 대통령은 건강 문제가 고비를 맞을 이날 오전 국회를 찾기 위해 대구 달성 자택에서 이른 아침 길을 나섰다. 박 전 대통령의 방문 소식은 국회 도착 1시간여 전에야 유영하 의원을 통해 박준태 대표 비서실장에게 전달됐을 정도 전격적이었다. 박 전 대통령의 방문 소식을 듣고도 단식 의지를 피력했던 장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설득하고 측근들이 거듭 만류한 끝에 생각을 바꿀 수 있었다. 지도부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 방문은 장 대표 중심으로 뭉쳐 싸워달라는 메시지를 보수 진영에 던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전 대통령의 마지막 등장과 함께 장 대표의 단식이 끝나자 당내에선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장 대표는 당 윤리위원회의 한동훈 전 대표 제명 결정으로 내분이 커지던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단식을 시작했다. 자칫 리더십이 흔들릴 상황이었지만 단식 투쟁을 통해 보수 진영은 장 대표를 중심으로 결집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간 접점이 없던 유승민 전 의원까지 힘을 실었고, 해외 출장 중이던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조기 귀국해 단식장을 찾아 “지휘관 역할을 해주셔야 한다”고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의 리더십 시험대는 이제부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리위 재심 신청 시한이 24일 끝나는 한 전 대표의 제명 문제와 당 안팎에서 커지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요구가 관건인 까닭이다. 당내 분란의 뇌관과도 같은 민감한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가 향후 장 대표의 리더십을 좌우할 전망이다. 이미 쇄신파의 목소리는 분출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2일 채널A 유튜브 ‘정치 시그널’에 출연해 “지도부가 절윤을 하고 넓은 민심의 바다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이날 BBS 라디오에서 “단식이 자동으로 통합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9~21일 조사해 22일 공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3%포인트 하락한 20%에 그쳤다. 더불어민주당(40%)의 절반에 불과했다. 한 전 대표 제명 문제에 대해선 응답자의 43%가 제명 결정에 대해 ‘잘했다’고, 38%가 ‘잘못했다’고 각각 평가했다. 특히,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잘했다’(53%)가 ‘잘못했다’(39%)보다 14%포인트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