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 전남 무안국제공항의 ‘로컬라이저(Localizer·방위각시설)’ 둔덕의 보완 요구가 묵살된 것을 놓고 당시 서울지방항공청장들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증언하면서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이석암 전 서울지방항공청장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12·29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2004년 청장을 지내던 당시 로컬라이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 적이 제 기억엔 없다”고 말했다. 당시 서울항공청은 무안공항 개항을 준비하던 건설공사 발주처였다.
그는 “한국공항공사가 로컬라이저에 대한 보완을 요구했다는 보고 자체를 못 받았느냐”는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의 질의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 전 청장은 “당시엔 공사의 공정률 등을 파악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오전마다 간부들과 티타임을 했지만 (로컬라이저 보완 문제는) 들은 바가 없다”고 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공항공사는 2004년과 2007년 2차례에 걸쳐 ‘로컬라이저 둔덕이 기준에 맞지 않는 장애물로 간주된다’며 보완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2004년 당시 로컬라이저 시설 공사를 총괄 관리하던 이 전 서울지방항공청장은 이를 인지조차 못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무안공항이 개항한 2007년 서울지방항공청장을 지낸 장종식 전 청장도 이날 국회에서 로컬라이저 둔덕에 대한 보완 요청을 수용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말에 “당시 상급 기관인 항공안전본부의 지시에 따라 개항을 준비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소속인 이양수 특위 위원장은 “핵심 의사결정 과정에 있던 분들이 기억이 안 난다고 한다. 경찰에서 사실 확인이 돼야 한다”며 경찰 수사를 요구했다. 민주당 김상욱 의원도 “어떻게 보면 업무상 과실”이라며 “공소시효 문제가 있겠지만 규정을 확인하지 않고 공사가 진행된 부분은 충분히 수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에 출석한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미흡한 부분에 대해 오늘 압수수색에 들어간 상황”이라며 “추가로 책임져야 할 사람이 있다면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전남경찰청은 이날 오전 서울지방항공청, 한국공항공사 및 로컬라이저 관련 업체 등 9개 기관, 11곳을 압수색하고,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 설치·관리와 관련한 자료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사고 직후부터 콘크리트 소재인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 둔덕이 항공과 관련된 각종 국내·외 법규나 기준 등을 어긴 시설물로 보고 조사해왔다. 공항시설법과 국토부 세부지침 및 예규 등에는 ‘(공항 로컬라이저는) 쉽게 파손되는 장착대에 설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무안공항은 이를 어겼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
지난 1월 공개된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연구용역 보고서에서도 ‘로컬라이저 둔덕이 콘크리트 구조가 아니었거나 없었다면 이에 충돌한 비행기에서 대형 참사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무안공항에서는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9시 3분쯤 제주항공의 여객기가 활주로에 동체착륙을 시도하다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과 충돌한 뒤 폭발해 179명이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