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과거 러시아의 알래스카 매각 사례를 거론하며 미국의 그린란드 매입 가격을 약 10억 달러(약 1조4680억원)로 추산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해 미국의 그린란드 병합 시도 논란을 언급하며 “이것은 분명히 우리와 전혀 관계가 없다. 미국과 덴마크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우리는 비슷한 문제를 미국과 해결한 경험이 있다”며 1867년 러시아 제국이 알래스카를 미국에 매각한 사례를 꺼냈다. 당시 러시아는 약 171만7000㎢ 규모의 알래스카를 720만 달러에 판매했으며, 푸틴 대통령은 이를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약 1억5800만 달러(약 2320억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린란드의 면적이 알래스카보다 약 44만9000∼45만㎢ 더 크다며 “미국의 알래스카 매입 비용과 비교하면 그린란드의 가격은 약 2억∼2억5000만 달러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어 금 가격 변동과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현재 기준으로는 이 금액이 10억 달러에 가까울 수 있다며, 미국이 그린란드를 매입하기 위해 10억 달러를 지불할 여력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덴마크가 과거 버진아일랜드를 미국에 매각한 전례가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덴마크가 그린란드를 “언제나 식민지로서 잔인하지는 않더라도 꽤 가혹하게 대했다”고 주장했다.
그린란드 논쟁이 러시아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미국의 매입 시도를 부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 듯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덴마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비판하며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그린란드 논쟁으로 서방의 결속이 흔들리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약화하는 상황을 러시아가 반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안보를 이유로 그린란드 병합 필요성을 주장한 점을 들어, 자국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과 영토 병합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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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그린란드 주권 빼고 전부 협상 가능”
이날 덴마크 정부는 그린란드 문제와 관련해 주권을 제외한 모든 사안에 대해 협상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안보, 투자, 경제를 등 모든 걸 정치적으로 협상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주권은 협상할 수 없다”고 밝혔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그린란드 협상 틀을 마련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덴마크의 입장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의 회동에서도 주권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토 보전을 존중한다는 전제로 미국 골든돔을 포함한 북극 지역 안보를 어떻게 강화할 수 있을지 동맹국들과 건설적 대화를 계속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CNBC 인터뷰에서 골든돔(미국 차세대 공중 미사일 방어체계)과 광물권이 그린란드 관련 합의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외신들은 미국과 덴마크가 1951년 체결한 그린란드 방위협정의 개정도 향후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해당 협정에 따라 미국은 현재도 그린란드 북단에 공군 우주기지를 운용하고 있다.
뤼터 나토 사무총장도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나토 지휘관들이 그린란드를 포함한 북극 지역 안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며, 이르면 올해 초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