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을 2주 앞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는 화려한 전성기를 보내고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황혼기의 별들도 있다. ‘쇼트트랙 전설’ 아리아나 폰타나(36·이탈리아)와 ‘루지 황제’ 펠릭스 로흐(37·독일) 그리고 ‘아이스하키 레전드’ 시드니 크로스비(39·캐나다)가 그 주인공이다.
폰타나는 여자 쇼트트랙의 얼굴이자 동계올림픽의 산증인이다. 2006년 토리노 대회를 시작으로 2010년 밴쿠버, 2014년 소치, 2018년 평창, 2022년 베이징 무대를 모두 밟았다. 이번 대회는 그가 경험하는 6번째 올림픽이다.
참가에 의의를 두는 ‘올림픽 정신’으로 나서진 않는다. 폰타나는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4개, 동메달 5개를 획득해 가장 많은 메달(11개)을 목에 건 쇼트트랙 강자다. 종목 역시 500m와 1000m, 1500m, 계주 등으로 편식하지 않는다.
폰타나는 지난해 고관절을 다쳐 이번 대회 출전이 불투명했다. 하지만 각고의 노력으로 부상을 딛고 일어섰다. 지난 19일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유럽선수권에선 1500m 정상도 밟았다. 고국에서 열린 토리노 대회에서 데뷔해 밀라노 빙판에서 화려한 마무리를 꿈꾸는 폰타나는 “계속 뛸 수 있어 기쁘다. 지난해 큰 부상을 겪고 보니 지금 이 순간이 더욱 뜻깊다”고 했다.
루지 강국 독일이 자랑하는 로흐 또한 ‘살아 있는 레전드’다. 동독 루지대표를 지낸 아버지 노르베르트 로흐(55)를 따라 6살 때부터 썰매를 탔다. 세계 최고의 루지 훈련 환경을 갖춘 독일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성장해 주니어 시절부터 금메달을 휩쓸었다. 2009년에는 주행 도중 시속 153.9㎞를 찍어 세계 최고 속도 기록도 세웠다.
동계올림픽 금메달 3개를 보유한 로흐는 최근 국제루지연맹(FIL) 월드컵에서 통산 55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역대 최다 기록이다. 이번에 5번째로 동계올림픽 무대를 밟는 그는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려면 동료들과 경쟁하면서 얻는 즐거움이 필요하다. 지금도 선두권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 한다”고 롱런 비결을 공개했다.
미국과 아이스하키 정상을 놓고 다툴 캐나다는 1987년생 베테랑 공격수 크로스비에 기대를 건다. 웨인 그레츠키(65), 마리오 르뮤(61·이상 캐나다) 등과 함께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역대 최고 선수로 대접 받는 수퍼스타다. 골 결정력과 스피드, 지능, 리더십 등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육각형 공격수다.
지난 2014년 소치 대회 이후 12년 만에 NHL 선수들의 올림픽 참가가 결정되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크로스비의 인터뷰를 가장 먼저 공개했다. 그만큼 상징성이 큰 인물이라는 뜻이다. 올림픽에서 캐나다를 두 차례나 우승(2010·14)으로 이끈 크로스비는 “최근 몇 번의 동계올림픽을 건너뛰어 초조했다”며 “우승에 대한 열망이 더욱 커졌다”고 의지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