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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경은 ‘훌륭한 선수’를 넘어 ‘위대한 선수’를 지향한다

중앙일보

2026.01.22 07:01 2026.01.22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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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경. [사진 KLPGA]
지중해와 맞닿은 포르투갈 남부 알가르브의 하늘은 맑다. 숨이 막힐 정도로 투명하다. 12년째 이곳을 찾았다는 임영희 TY스포츠 대표는 “먼지가 거의 없어 세탁소와 세차장을 열면 망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고 했다. 하늘이 맑으니 저녁 노을은 강렬한 오렌지빛으로 타오르고 해가 지평선 아래로 몸을 숨긴 뒤에도 여운은 오래 머물렀다. 그 주황빛 잔상 속에서 프로골퍼 박현경(26)은 땀을 흘렸다. 매일 밤마다 거르지 않고 줄넘기 1000개를 한다. 이후 빈스윙을 하고서야 숙소로 들어간다.

올해는 박현경의 15번째 전지훈련이다. 수많은 기억 중에서도 머릿속에 선명히 각인된 장면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와 함께했던 두 달 간의 훈련이다. KPGA 투어 프로였던 아버지 박세수씨는 해저드나 OB, 스리퍼트를 할 때마다 벌칙을 주고 버디를 하면 하나씩 감해줬다. 박현경은 악착같이 공을 쳤다. 그가 두 달 통틀어 받은 벌칙은 단 두 번 뿐이었다. 박현경은 이 전훈을 통해 실수하면 안 된다는 진리를 일찍 깨달았다. 14개의 클럽을 모두 능숙하게 다루는 선수가 되었고, 투어의 모든 통계 지표에서 상위권을 점령했다.

전훈지에서 만난 박현경(왼쪽). [사진 KLPGA]
또 하나의 분기점은 세계 랭킹 1위 고진영과의 첫 전지훈련이다. 고진영은 박현경의 선망의 대상이자 완벽한 롤 모델이었다. US오픈에서 동반 라운드를 하며 친해졌다. 고진영이 배우는 이시우 코치를 찾아가 지금까지 배우고 있고, 클럽도 언니와 같은 것을 썼다.

무엇보다 큰 수확은 멘털의 성장이었다. 그의 표현으로 “위기 앞에서 바사삭 부서지던” 마음은 2019년 고진영과 훈련하며 단단해졌다. 이듬해 친구들조차 “너 정말 고진영 언니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 두 선수의 스타일은 닮았다. 타고난 장타자나 퍼트 천재는 아니지만 자신이 가진 자원을 100% 활용해 드라이버부터 퍼터까지 빈틈없는 골프를 구사한다. 특히 송곳 같은 아이언 샷을 앞세워 7년째 투어 최정상권을 지키는 박현경의 꾸준함은 고진영을 연상시킨다.

어느덧 8년 차가 되었지만, 열정의 온도는 식지 않았다. 박현경은 “공이 안 맞아 실망한 적은 있어도 골프가 치기 싫다고 느낀 적은 없다”고 했고 “골프가 안 될수록 ‘누가 이기나 해보자’며 오기로 버틴다”고 했다. 번아웃도, 기권도 그에겐 남의 나라 이야기다. 박현경은 “몸이 아픈 건 근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통증조차 운동으로 찍어 누르려 한다.

2024년 3승을 거두며 포효했던 기세는 지난해 1승에 머물며 주춤했다. 옆구리 담 증세의 후유증으로 ‘스스로 납득할 수 없는 황당한 샷’들이 나오며 적잖은 충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포르투갈에서 다시 신발 끈을 조여 맸다. “다시는 그런 어이없는 공을 치지 않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기본기를 다시 다지며 스윙을 가다듬고 있다.

메이저 2승 포함, 8승을 한 박현경은 이제 ‘훌륭한 선수’를 넘어, 시대가 기억하는 ‘위대한 선수’의 문턱에 서 있다. 그 문을 여는 열쇠는 KLPGA 대상이다. 단순히 트로피 하나를 더하려는 욕심이 아니다. 1년 내내 가장 성실하게, 가장 높은 곳에서 버틴 자에게만 허락되는 그 칭호가 자신의 골프 인생을 증명해 줄 유일한 성적표임을 알고 있다. 그러니까 올해 전훈이 중요하고, 박현경은 포르투갈에서의 이 시간들도 골프 인생에서 ‘기억에 남는 전지훈련’으로 기록되길 바라고 있다.





성호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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