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등 수입 전기차가 한국에서 ‘저가 공세’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국산 전기차도 가격을 인하하며 대응에 나섰다. 올해 국내에 20종 이상의 전기차가 출시될 예정이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기아는 22일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EV5 롱레인지’ 모델 가격을 280만원 내리고, ‘EV6’는 300만원 내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EV5 롱레인지 가격은 가장 저렴한 ‘에어’ 트림 기준으로 4575만원으로 조정됐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별 보조금, 전기차 전환지원금을 적용하면 서울시 기준으로 3728만원 수준에서 구매할 수 있을 전망이다. EV6는 스탠다드 모델 4360만원, 롱레인지 모델 4760만원부터 시작하며, 보조금 등을 더하면 각각 3579만원, 3889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특히 이번에 새로 출시된 EV5의 기본형 모델인 ‘EV5 스탠다드’는 가장 저렴한 트림 기준으로 4310만원으로 가격이 책정돼, 보조금 등을 더하면 실구매가가 3400만원대로 낮아질 수 있다.
EV3·EV4의 경우 할부 혜택을 늘렸다. 이들 모델을 M할부 일반형(원리금균등상환)으로 구매할 경우 48개월 0.8%, 60개월 1.1%의 금리를 적용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가격 매력을 앞세워 한국 시장을 공략하는 수입 전기차에 대응하기 위해서란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테슬라·폴스타·비야디(BYD) 등 생산거점이 중국인 수입 전기차 브랜드는 유독 한국에 초저가 전략을 쓰고 있다. 테슬라가 공식 진출한 세계 50개국의 ‘모델3 퍼포먼스’ 차량 가격을 분석해보니 50개국의 평균 판매가는 원화로 환산했을 때 9120만원이었다. 그런데 테슬라는 한국에서 이 차량을 3000만원 넘게 싼 5999만원에 팔고 있다. 50개국 중 홍콩을 제외하면 한국이 가장 싸다. 미국(8053만원), 유럽(9880만원)은 물론 모델3 생산 공장이 있는 중국(7170만원)보다도 1200만원 가까이 싸다.
폴스타, 비야디 등 국내에 진출한 다른 전기차 브랜드도 비슷하다. ‘폴스타4’는 미국·유럽에선 8000만~1억원 수준이고, 중국에서도 7000만원이 넘지만 국내선 6690만원에 판매된다. 비야디도 중국을 제외하면 한국의 판매가가 월등히 저렴하다. 최근 저평가된 원화 환율을 감안하더라도 권장소비자가 자체가 낮다.
이는 현대차그룹의 독보적인 자국내 점유율과 관련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한국 시장은 1개 회사가 지배하는 독특한 시장이다. 이런 시장을 뚫기 위해서는 다소 출혈이 있더라도 가격 경쟁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업계는 해외에서 7000만~1억원 선에 팔리는 중국 지커(Zeekr)의 중형 전기 SUV ‘7X’가, 국내에는 올해 5000만원대에 들어올 것으로 예상한다. 비야디도 한국에서 2000만원대 저가형 모델을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가격 경쟁이 더 심해질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현대차도 곧 전기차 구매 혜택 등 대책을 내놓을 전망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기차 경쟁이 치열한 중국은 이미 지난해 내수 시장에서 크게 가격을 내렸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인하할 여지가 많다”며 “정부 보조금 지급에도 한계가 있는 만큼 국내 브랜드도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