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반가운 뉴스가 나왔다. 서울로봇고 등 서울 지역 마이스터고교 4곳의 지원율이 159.8%를 기록했다는 내용. 전국 5곳 반도체 마이스터고 중엔 지원율이 250%를 넘는 곳도 있다. 마이스터고는 이명박(MB) 정부 때 만들어진 산업수요 맞춤형 고등학교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역량을 제시하고 학교는 그걸 가르친다. MB는 마이스터고를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핵심 과제로 추진했다. 글로벌 경쟁은 곧 품질 경쟁이고, 그 품질은 산업 현장의 인력에 의해 좌우된다는 생각이 확고했다. 비싼 돈을 들여 대학을 나와도 취업을 못 하는 문제 역시 심각하게 봤다.
MB 실용 담긴 마이스터고 성공
고용 절벽, 외환위기 당시에 버금
기업 얼어붙게 해선 문제 못 풀어
마이스터고엔 수업료와 기숙사비 전액 면제, 수업의 50% 현장실습, 현장실습비 세액공제, 취업하면 3년간 소득세 100% 면제 같은 파격적 혜택이 주어졌다. 기업이 원하는 것을 가르치니 취업이 잘되는 것은 당연한 일. 2025년 마이스터고의 취업률은 73.1%. 웬만한 일류 대학을 능가한다. 2010년 21개였던 학교 수는 현재 57개로 늘었다.
MB는 마이스터고에 진심이었다. MB 하면 떠오르는 업적이 금융위기 극복,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같은 것이다. 그런데 정작 그는 측근들에게 “재임 중 가장 보람 있던 일 중 하나가 마이스터고 설립”이라고 말하곤 했다. MB의 청와대 마지막 공식 행사는 전국의 40여 마이스터고 교장 선생님들을 초청해 오찬을 대접한 것이었다.
마이스터고는 MB식 실용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대기업에 자녀 취업을 부탁하는 국회의원 같은 특권층 아빠가 없는 흙수저 학생들도 괜찮은 직장에 취업할 수 있고, 서민 가계는 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기업은 원하는 기술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윈윈’ 프로젝트였다. 시장과 정책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끝까지 파고드는 게 MB식 실용이었다. 외환시장 불안을 한방에 잠재운 한·미 통화 스와프, 공동구매로 석유 가격을 떨어뜨린 알뜰주유소 등이 모두 그랬다.
실용에 관해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치인이 이재명 대통령이다. 지금 시대적 난제는 일자리다. 지난해 12월 실업률은 4.1%, 실업자 수는 121만여 명. 외환위기 때의 대량실업 이후 최악이다. 청년 취업난은 특히 심각하다. 20대의 공식 실업률은 6.2%지만, 약 40만 명이 구직활동도 하지 않고 노동시장 밖에서 ‘쉬고’ 있다. 고용률도 60세 이상은 높아지고 청년은 떨어지는 ‘K자 시대’로 치닫고 있다. 이 대통령이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고용 창출을 사명으로 삼았던 ‘기업보국’의 1세대 기업인들은 세상을 떠나고 없다. 트럼프의 거친 보호무역과 중국의 기술 추월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고용을 늘릴 여유가 없는 측면도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과 로봇 도입으로 기존 일자리도 사라져 간다.
그러나 현 정부가 기업과 시장을 얼어붙게 만든 것이 고용 절벽의 중요한 배경이 됐음을 부인하기도 어렵다. 산업재해 사망사고에 대한 정부의 초강경 대응 이후 전국의 건설 현장은 잔뜩 움츠러들었고, 10·15 부동산 대책의 대출·거래 제한 이후 부동산 시장은 급랭했다. 여기에 불법파업 대항력을 약화시키고 하청업체들과의 단체교섭을 사실상 의무화한 노란봉투법은 기업의 신규 채용 의욕을 꺾고 있다. 지난해 건설업 취업자가 12만5000명 줄고, 제조업 고용이 7만3000명 줄어든 것은 이런 상황과 절대 무관치 않다.
게다가 기업의 기를 살리는 규제 혁파는 뒷전이다. 주 52시간제 같은 덩어리 규제는 풀리지 않고 오히려 법인세 인상에다 개정 상법 같은 새 규제가 얹어지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우리 경제의 -0.3% 역성장은 그 모든 비정상적 경제 운용의 결과물이다. 쪼그라드는 경제에선 일자리가 늘지 않는다.
실용은 결국 성과가 입증한다. 이 대통령의 실용은 과연 무엇인가. 고용 절벽 해결은 정권이 환호성을 터뜨리는 코스피 5000 달성보다 훨씬 시급하고 중차대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