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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내 계좌만 이 모양”…동학개미 절반이 마이너스

중앙일보

2026.01.22 07:59 2026.01.22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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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자 윤모(39)씨는 연일 오르는 코스피에도 웃지 못했다. 지난해 네이버에 집중 투자했는데 주가는 오히려 떨어져서다. 윤씨는 “일부는 중간에 팔아서 큰 손해를 보진 않았지만,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다른 주식이 미친 듯이 오르니까 가만히 있는 내가 벼락거지가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다른 종목들이 너무 많이 올라서 옮겨갈 데도 없다”며 “지금이라도 팔까 생각했지만 그러면 그동안 버틴 세월과 나의 어리석음을 인정해버리는 꼴이 될까 봐 버티고 있다”고 한탄했다.

코스피가 22일 장중 5000을 돌파하며 곳곳에서 축포를 터뜨렸지만, 상당수 개인투자자들은 “내 계좌만 안 오른다”는 소외감에 시달리고 있다. 주식투자를 아예 안 한 이들 사이에서도 나만 뒤처지는 것 같은, 이른바 포모(FOMO) 심리가 확산하고 있다.

정말 내 계좌만 오르지 않은 걸까. 중앙일보가 NH투자증권에 의뢰해 약 400만 개의 고객 계좌를 전수 분석해 보니, 지난 16일 기준 손실 상태인 계좌는 전체 계좌의 50.01%로 과반을 차지했다. 코스피의 이례적인 고공행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주식으로 돈을 벌고 있는 투자자는 절반에 못 미친다는 의미다.

실적은 ‘동학개미’보다 ‘서학개미’가 나았다. 국내 주식이 담긴 계좌만 따로 떼어 보면 손실 비중은 52.21%로 더 높아졌다. 반면에 해외 주식 보유 계좌의 손실 비중은 그보다 낮은 36.79%였다.

종목별로 보면 증시 양극화가 더욱 뚜렷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대비 22일 코스피는 17.52%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지수 상승률을 상회한 종목은 코스피 상장사의 9%(86개)에 불과했다.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도 48%(456개)나 됐다. 같은 기간 코스닥 상승률 또한 4.85%에 그쳤다. 새해 들어 이날까지 코스피·코스닥을 합쳐 상승한 종목은 1328개였는데 그대로거나 하락한 종목이 1563개로 더 많았다.

상당수 개인투자자가 코스피 상승을 체감하지 못하는 데는 2021년 ‘동학개미 운동’(개인의 국내 주식 투자 열풍) 당시 매입했던 종목의 손실이 워낙 큰 탓도 있다.

개인투자자 이모(27)씨는 2021년 대학생 시절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전부 모아 카카오 주식에 쏟아부었다. 하지만 주가는 5년 만에 13만6000원에서 5만8200원으로 약 57% 내렸다. 이씨는 “다른 주식을 추가로 사도 카카오 때문에 계좌가 계속 죽어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일 기준 NH투자증권 고객 중 네이버 투자자의 평균 수익률은 -9.97%, 카카오는 -30.96%였다. 투자자 규모는 카카오가 약 24만 명으로 네이버(약 15만 명)보다 많았다. 또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우려에 놓인 2차전지주 수익률도 LG에너지솔루션(-7.31%), 에코프로비엠(-26.81%) 등 대부분 마이너스였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투자가 비교적 중년이나 돈 많은 사람들에게 집중돼 있다 보니 대부분 개인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수익률과 괴리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서윤([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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