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사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조국혁신당과의 6·3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공식화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조국 대표에 대한 광복절 사면을 확정한 지 5개월여 만이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조국혁신당에 제안한다. 우리와 합치자”며 “우리는 이재명 정부 출범을 위한 대선을 같이 치렀다. 이번 6·3 지방선거도 같이 치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 민주당과 혁신당이 시대정신에 입각해 이재명 정부의 성공이란 공동 목표를 위해 원팀으로 같이 뛰어야 한다”며 “조속히 실무 테이블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조국 혁신당 대표는 조건부로 화답했다. 정 대표 회견 40분 뒤 전북 전주 당사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이라는 목표에 동의한다”면서도 “최선의 길이 무엇인지 국민과 당원의 목소리를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어제 늦은 오후 정청래 대표님을 만나 오늘 발표 내용을 전달받았다. 갑작스럽지만 제안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기에 최고위원들과 함께 숙고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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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발표 20분전 최고위에 일방 통보…당 일각 “대표 진퇴 물어야”
복수의 당정 관계자에 따르면 정 대표가 합당 추진을 실행에 옮긴 건 지난 19일 이 대통령이 민주당 지도부와 만찬을 함께한 뒤부터라고 한다. 정 대표는 이달 초까지만 해도 주변에 “혁신당과의 단일화는 없다. 그쪽에서 먼저 제안한다고 해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 만찬 때 다른 참석자들이 다 자리를 뜬 뒤에 대통령과 정 대표가 둘만 남아 이야기를 나누고 나왔다”며 “그 자리에서 혁신당과의 합당 이야기가 오간 것 같다”고 말했다.
조 대표 역시 지난 16일 청와대의 여야 대표 초청 오찬 때 이 대통령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도 여권 통합 구상을 논의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 시절부터 혁신당과의 통합을 원했다”며 “지난해 8월 조 대표를 사면하기 전부터 꾸준히 직·간접적으로 소통해 왔다”고 했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도 이날 오후 “양당의 통합은 이재명 대통령의 지론”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에서는 “적극 환영하고 지지한다”(박지원 의원)는 반응도 나왔지만, 적잖은 동요와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정 대표는 이날 합당 제안 20분 전 비공개 최고위를 소집해 합당 추진을 사실상 통보했다고 한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JTBC에 출연해 “이런 절차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전 당원을 오프라인 소집해 당 대표의 진퇴를 묻는 게 맞다”고 말했다. 강득구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한 대 얻어맞은 듯한 큰 충격을 받았다. 당 대표의 독단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친명계 의원들은 “당 대표 혼자 결정할 일이 아니다”(김용민) 등의 글을 올렸다.
여권 지지층이 모인 온라인 공간에서는 ‘비상 합당 선포’라며 정 대표의 합당 제안을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비유해 비판했다. 원외 친명 조직인 혁신회의도 “당원의 권리를 빼앗는 날치기 시도”라고 비판했다. 당내 반발에 정 대표는 의총에서 “합당은 청와대와 조율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딴지일보 게시판에 ‘정청래입니다. 이제 같이 갑시다’라는 제목의 글을 직접 등록했다.
몇 시간 뒤 정 대표는 페이스북에 “당연히 당원들의 뜻을 묻는 절차, 전 당원 토론 절차 그리고 당헌·당규에 맞게 전 당원 투표도 하게 된다”고 썼다. 당원 투표 부결 시 없던 일이 될 수 있다는 퇴로를 연 셈이다. 한 중진 의원은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노선을 맞춰 온 정 대표가 진퇴를 걸고 이들을 설득해야 하는 상황에 처음 놓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