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세계적인 관심을 받으면서 현대차그룹의 로봇사업 자회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 가치가 단숨에 치솟고 있다. 이에 따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오랜 과제로 꼽혀온 지배구조 개편 논의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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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부지 치솟는 ‘이 회사’ 몸값
22일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는 최소 30조원을 웃돌 것으로 평가된다. 일부 증권가에서는 최대 128조원(KB증권)까지도 거론된다. KB증권은 이 회사가 2035년 매출 2883억 달러(약 404조원), 영업이익 443억 달러(약 62조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0년 정 회장의 사재를 포함해 1조2500억원(약 8억8000만 달러)을 투입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정 회장은 당시 구글과 소프트뱅크가 인수했다가 매각한 회사를 사들이는 이유에 대해 “
기업의 명운을 넘어 국가의 미래를 고민한 결정”이라며 임원들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기점은 최근 미국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 2026)’다. 아틀라스는 대부분의 관절을 자유롭게 회전시키는 전신 구조와 사람과 유사한 동작 구현 능력을 선보이며 ‘최고 로봇상’을 수상했다. 여기에 구글 딥마인드와 협업 소식까지 더해지며 기술 경쟁력에 대한 신뢰가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임은영 삼성증권 모빌리티팀장은 “수년 만에 구글과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기술적으로 다시 손잡았다는 점이 핵심”이라며 “현대차·기아 공장에서 로봇이 일하는 과정에서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공장과 물류 현장에 직접 적용해 인공지능(AI) 모델을 검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부분의 로봇 기업이 벤처 단계인 상황에서 대규모 데이터를 쌓고 실제 사업 현장에서 성능을 검증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춘 점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가장 큰 차별화 요소”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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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개편 시동걸까
재계 안팎에서는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기업공개(IPO)에 나설 경우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업가치가 증권가 전망 수준으로 형성될 경우 정 회장이 보유한 지분 22.6%의 가치는 최대 9조원 안팎까지 불어날 수 있어서다. 상장 시점은 2027년 전후가 될 거란 전망이 많다. 2028년부터 양산 라인이 본격 가동되고,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에 상용 라인 투입이 예정돼 있어, 그 무렵 실제로 돈을 벌 수 있는 사업 모델인지 판가름 날 거란 얘기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다.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율은 0.33%에 불과해 지배력 강화를 위해서는 추가 지분 확보가 불가피하다. 김용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IPO는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를 손질하기에 적절한 시점이 될 수 있다”며 “현대제철과 기아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순차적으로 매입하는 방식이 가장 정공법에 가까운 시나리오”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최근 장재훈 부회장 직속으로 전략 투자, 인수·합병(M&A) 전문가 등이 합류한 ‘사업기획 태스크포스팀(TFT)’을 새로 꾸렸다. 로보틱스 등 신사업 전략을 점검한다는 명분 아래,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공개(IPO)는 물론 향후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둔 조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