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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통일교 자금줄 쫓는 감사원, 선문대 예산 파헤친다

중앙일보

2026.01.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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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선문대에 대한 재정지원 사업과 관련해 감사에 나선다. 사진은 충남 아산시 선문대 전경. 사진 선문대
감사원이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계열 선문대의 재정지원 사업에 대한 감사에 나선다. 정부 예산이 선문대를 통해 통일교 재단으로 흘러 들어갔는지 여부 등을 살피기 위해서다. 이번 감사를 통해 ‘정교유착’ 의혹을 받는 통일교의 로비자금의 출처 일부가 드러날지 관심이 모인다.

22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감사원은 26일부터 2주간 선문대 재정지원 사업에 대한 예비 감사를 실시한다. 본 감사 착수에 앞서 자료를 수집하고, 실지 감사에 나설지를 논의하는 내부 절차다. 감사원은 교육부·한국연구재단 등 관계 기관을 대상으로 사업 선정 과정과 운영 실태에 대한 자료를 수집할 계획이다. 감사원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사안이 중대한 만큼 예비 조사 이후 실지 감사에 착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통일교 세계본부 사무실이 있는 경기도 가평 천승전(왼쪽 아래)과 한학자 총재 거처인 천정궁(오른쪽 위) 모습. 중앙포토
감사원은 정부 지원금이 선문대에서 제대로 쓰였는지 집중 살펴볼 방침이다. 교직원 인건비 지원금이 헌금 명목으로 통일교 교단으로 흘러간 건 아닌지 등 자금 흐름을 파헤칠 것으로 전해졌다. 2024년 선문대는 교육부 등 중앙부처로부터 29개 사업을 따내 총 261억9444만원을 지원받았는데, 이 가운데 약 246억원(94%)이 ‘북한이탈주민 지원재단 운영’ 등 인력개발(HRD) 예산이었다. 또 선문대는 교육부 지원을 받아 학생들을 현장실습 명목으로 통일교 산하단체인 세계평화재단, 선학역사편찬원 등에 파견하기도 했다.



통일교 자금 흐름 드러날까

이번 감사를 통해 정교유착 의혹으로 수사받고 있는 통일교의 자금 흐름 중 일부가 드러날지 관심이 모인다. 그간 통일교는 공적개발원조(ODA) 등 국책사업과 정치권 로비를 통해 한일 해저터널 등 숙원 사업을 이루려고 시도했는데, 선문대의 재정지원 사업도 이 같이 교단 이권을 노린 게 아니냔 의혹이 일었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TM(한학자 총재) 보고’ 문건에서도 통일교가 교단 차원에서 선문대의 사업 선정에 관심을 기울인 정황이 나타난다. 황선조 전 선문대 총장은 2019년 7월 윤 전 본부장에게 “국책사업은 우리 대학에 큰 의미”라며 “지난해엔 고배를 마셨고, 이번에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어머님(한 총재)께 심기 불편하지 않도록 잘 보고해 달라”고 했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전 비서실장 정원주씨가 지난달 28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출석하는 모습. 뉴스1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의혹을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합수본)도 지난 20일 경기도 가평의 통일교 세계본부 사무실인 천승전을 압수수색하는 등 로비 자금 추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3일엔 한 총재 거처인 천정궁과 통일교의 모든 기록을 보관하는 선학역사편찬원 등을 압수수색해 정치인 금품 제공(정치자금법 위반 등) 관련 증거를 수집했다. 최근엔 한 총재의 내실을 담당하는 측근 A씨를 소환해, 한 총재 개인 금고에서 발견된 280억원 상당의 현금이 로비 자금으로 쓰였는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尹 정부 출범 후 재정지원 늘어

감사원은 선문대의 사업자 선정 과정도 들여다본다.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선문대의 재정지원 규모가 급격하게 커지자 로비 대가로 특혜를 누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2021년 선문대는 재정지원 사업 12건을 따내 137억8919억원을 지원받았는데, 이후 3년만인 2024년 사업 선정 건수와 지원금이 각각 2.4배, 1.9배로 크게 늘었다. 2022년 4월 TM보고 문건에서도 윤 정부 출범에 기대감을 보인 정황이 나타난다. 선문대가 속한 학교법인 선학학원의 송용천 당시 이사장은 한 총재에게 “참어머님의 혜안으로 염원하신 윤석열 정권의 출범은 특히 교육계의 새로운 활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새 정권의 교육 정책을 통해 선학학원의 발전을 도모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통일교에서 재정 실무를 총괄했던 전 총무처장 조 모씨가 지난달 2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출석하는 모습. 뉴스1
한편 이번 감사는 지난해 12월 국회가 본회의에서 ‘교육위원회 국정감사 결과에 따른 감사요구안’을 의결한 것에 따른 조치다. 국회 교육위는 당시 국정감사에서 통일교 행사, 해외 선교 프로그램 등에 교육부 예산이 쓰였다고 지적하며 재정지원 사업의 선정·운영 과정 전반과 종교활동 관련 사업에 대해 감사를 요구했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 보고서 국회 제출 기한은 5월 3일이다.



오삼권([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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