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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 점유’ 굽히지 않던 트럼프 “핵심은 전면적 접근권”

중앙일보

2026.01.22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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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 참석 후 미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 이슈와 관련된 협상의 핵심은 미국의 ‘전면적인 접근권’이라고 밝혔다. 직접적인 그린란드 점유 의지를 피력해 왔던 트럼프 대통령이 덴마크를 비롯한 유럽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자 경제적ㆍ안보적 측면의 영구적 접근권과 주권적 기지 권한 확보 등 실리를 극대화하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세계경제포럼(WEF)이 개최 중인 스위스 다보스에서 폭스비지니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협상의 틀이 마련됐다고 했는데 결국 미국이 그린란드를 획득하게 된다는 의미인가”라는 진행자 물음에 “그럴 수도 있다. 가능성은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현재로썬 완전한 안보, 모든 것에 대한 전면적 접근권, 원하는 만큼의 기지를 두고 필요한 모든 장비를 배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골든돔 일부, 그린란드에 설치될 것”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중요한 건 우리가 골든돔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차세대 미사일 방어체계인 골든돔의 일부가 그린란드에 설치될 거라고 했다. 그는 “(골든돔이) 그린란드에 접근할 수 있으면 더 넓은 지역을 커버하고 더 정확하게 방어할 수 있으니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얘기하는 건 그린란드 획득(acquisition of Greenland)인가, 그 비용을 지불할 것인가”라는 후속 질문에 “세부 사항을 협상 중인데 핵심은 완전한 접근권이다. 시간 제한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그린란드에 얼마를 지불할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의에 “아무것도 지불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며 “골든돔 건설 비용만 빼면 사실상 무상으로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협상을 통해 골든돔을 비롯한 군사기지를 사실상 제한 없이 그린란드에 배치하고 이같은 접근권을 확보하는 데 별도 비용도 필요 없을 것이란 의미다.
지난해 5월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자신이 추진하는 차세대 미사일 방어체계 ‘골든돔’ 개념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NYT “나토 북극 존재감 확대 방안 등 논의”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서방 국가 고위 외교·안보 관계자 8명에 대한 취재 결과를 토대로 “그린란드의 미래 해법을 모색하는 논의는 ▶북극 지역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의 존재감 확대 ▶그린란드 영토에 대한 미국의 주권적 권리 인정 ▶잠재적 적대국들의 광물 채굴 차단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 논의가 영유권 합의로 이어질지는 불분명하다. 그린란드 영토 양도를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덴마크가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짚었다.

NYT는 또 “그린란드 전체 소유권을 미국으로 이전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에도 미치지 못한다”면서 다만 “트럼프가 표명한 러시아ㆍ중국의 잠재적 위협으로부터 북극을 방어해야 한다는 우려를 해소하면서도 그린란드는 매각 대상이 아니라는 유럽의 ‘레드라인’을 동시에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협상 결과, 2주 후 알려줄 것”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다보스 일정을 마친 뒤 미국으로 복귀하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미국이 그린란드 땅 소유권을 갖게 되는 것인가”라는 기자 물음에 즉답을 피한 채 “우리 모두 함께 협력할 것이며 나토도 우리와 함께 참여할 것”이라고만 했다. “덴마크가 이 계획에 동의했느냐”는 후속 질문에는 “대략 2주 후에 알려주겠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여러 차례 그린란드 매입을 최우선적 옵션으로 언급해 왔다. 하지만 당사자인 그린란드 주민들과 덴마크는 물론 유럽 주요 국가들이 강하게 반대하자 매입을 통한 점유 대신 군사기지와 광물 채굴권 등 경제ㆍ안보 측면에서 사실상 제한 없는 접근권을 확보하며 실리를 최대화하는 차선책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협상 상대인 덴마크도 그린란드는 매각 대상이 아니라며 선을 그으면서도 자국의 주권을 훼손하지 않는다면 어떤 것이든 협상할 수 있다는 의사를 보여 왔다는 점에서 양측 간 접점이 형성될 여지도 없지 않다.
그린란드 둘러싼 세계 각국 속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유엔, 월드뱅크, 그린란드 통계청]


기지 무제한 배치 등 실리 최대화 택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그린란드와 관련된 미래 협상의 틀이 마련됐다며 덴마크 등 유럽 8개국에 부과하려던 보복성 관세를 철회하겠다고 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다보스 포럼 특별연설에서 ‘그린란드 무력 사용 배제’ 방침을 밝히기도 해 그린란드를 둘러싸고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던 미국과 유럽의 갈등은 일단 소강 국면으로 접어든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비지니스 인터뷰에서 나토에 대한 불신을 거듭 드러내 전후(戰後) 80년간 이어온 ‘대서양 동맹’의 균열은 피하기 힘든 상황으로 악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나토 비용을 100% 부담했고 그들은 내지 않았다”며 “그들이 우리가 필요로 할 때 우리 곁에 있을 것인가? 나는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다보스 포럼 연설에서도 “우리가 나토로부터 얻은 건 러시아로부터 유럽을 보호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없다”고 했는데,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NYT)는 9ㆍ11 테러 당시 나토 동맹국들이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 군사작전에 참여한 사실을 들어 “거짓이다. 나토 동맹이 집단방위 조항(나토 5조)을 발동한 유일한 사례는 9ㆍ11 테러 이후”라고 보도했다.



김형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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