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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제자에 "여보"…파면된 교수, 대자보 쓴 학생 되레 고소

중앙일보

2026.01.22 21:29 2026.01.22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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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대학교 강의실의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연합뉴스
충남 천안 소재 한 사립대에서 성적 조작 등 의혹으로 파면된 전직 교수 A씨가 자신에 대한 각종 의혹을 제기한 대자보 게시 학생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의혹을 최초 보도한 대학언론에 5000만원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신청도 제기했다. 학생들은 당시 대자보를 통해 A씨의 부적절한 발언이나 음주운전 의혹 등을 제기한 바 있다.

A씨가 문제 삼은 건 지난해 9월 22일 학교에 붙은 대자보다. 당시 대자보엔 A씨가 수위를 점차 높여가며 학생 B씨에게 ‘그루밍 범죄’(상대방을 심리적으로 지배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한 A씨가 학생 20여명과 함께한 개강 기념 뒷풀이 자리에서 “내 얼굴로 누가 딥페이크 만들어줬으면 좋겠어. 합의금이 5000만원이라던데” 등 부적절한 발언을 했으며, 같은 날 인근 노래방까지 학생들을 태운 채 음주운전을 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딥페이크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특정인의 얼굴·목소리 등을 조작하는 것으로, 디지털 범죄 등에 많이 이용된다.

대자보를 통해 A씨를 둘러싼 논란이 학내에서 공론화되자, 학교 측은 교원징계위원회를 통해 A씨를 파면했다. 특히 자신의 수업을 들은 B씨를 ‘여보’라고 부르고, 미완성 과제를 제출했음에도 최고 학점인 A+를 주는 등 학생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으며 성적을 조작했다고 판단해 A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A씨는 대자보가 붙은 다음 날인 지난해 9월 23일, 천안 동남경찰서에 B씨를 포함한 학생 4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또 지난해 12월 18일에는 해당 의혹을 처음 보도한 대학언론에 대해 5000만원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정정보도를 요구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A씨의 이 같은 대응이 알려지자 학내에선 2차 가해와 다름 없다는 취지로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대학 측은 징계의결서를 통해 “A씨가 대자보를 쓴 주동자로 보이는 학생들을 고소하고, 사실을 밝히라고 종용했다. 이는 B씨에 대한 정신적, 정서적 폭력 행위”라고 지적했다. 대학언론 연합도 A씨를 규탄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관계자는 “A 전 교수의 파면은 스스로 저지른 학사 비위와 품위 유지 의무 위반에 대한 학교 당국의 징계 결과”라며 “그 책임을 대학 언론에 전가하는 것은 교육자로서의 양심마저 저버린 적반하장 행위”라고 주장했다.

반면 A씨는 대자보 내용 및 학교 측의 징계 근거를 부인하고 있다. 딥페이크 발언에 대해 A씨는 “해당 발언은 딥페이크 범죄를 당했을 때 성별에 따라 느끼는 고통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말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며 “대자보는 문제의 소지가 있을 만한 일부 내용만 떼어내 적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음주운전에 대해서는 “회식 초반 소량의 주류를 마셨을 뿐이며, 운전 시점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면서 “음주운전을 했다는 어떠한 객관적 증거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 대학언론에 손해배상 등을 청구한 이유에 대해서는 “학생 B씨가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현해 사적 관계로 발전했고, 위계에 의한 관계가 아니었다”며 “대학알리는 A씨와 B씨를 각각 ‘가해 교수, 피해 학생’이라 칭하는 등 최소한의 추정적 표현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학알리 측은 “해당 기사에서 A씨를 가해 교수라고 지칭한 바 없고, 성폭력 보도 가이드라인이 권고하는 대로 B 학생을 '피해 학생'이라 지칭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류효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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