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를 거점으로 대규모 스캠(사기)·인질 강도 등에 가담한 한국인 범죄 조직원 73명이 전세기를 통해 국내로 강제 송환됐다. 단일 국가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의 송환 작전이다. 송환자 명단엔 딥페이크 기술로 만든 가상 인물로 120억원을 가로챈 부부 사기단도 포함됐다.
이들이 탑승한 전세기(대한항공 KE9690편)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출발해 23일 오전 9시 41분쯤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했다. 한국 범죄자들을 해외에서 집단 송환한 사례는 이번이 네 번째다. 이들에게 당한 한국인만 869명이고 피해액을 모두 합하면 총 486억 원에 달한다.
송환자들은 캄보디아에서 비행기에 탑승한 뒤 진술 거부권을 고지받고 체포영장을 통해 기내에서 체포됐다. 송환자들은 인천국항에 도착한지 1시간 가량이 지난 오전 10시 55분쯤 입국장을 빠져나왔다. 수갑이 채워진 손은 수건으로 덮여있었다. 무더운 캄보디아 현지에서 곧바로 송환돼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은 이들이 많았다. 이들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지만, 맨 다리에 용문신을 새겼거나, 긴 머리의 여성 송환자들도 보였다. 피의자 1명당 경찰관 2명이 붙어 양쪽 팔을 붙잡고 이들을 연행했다.
송환자 73명 가운데 대다수인 70명은 투자 리딩방 운영 등 스캠 범죄 혐의를 받는다. 나머지 3명은 인질강도 등 혐의다. 송환 대상자들은 이미 체포영장이 발부돼 기내에서 체포됐다. 국적기 내부도 대한민국 영토이기 때문에 체포영장을 집행할 수 있다. 피의자 신분인 이들은 전세기에서 내린 뒤 수갑이 채워진 채 호송차를 타고 압송됐다.
수사팀은 피의자들을 각 경찰관서로 분산 호송했다. TF에 따르면 피의자들은 각각 ▶부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49명) ▶충남청 형사기동대(17명) ▶서울청 형사기동대(1명) ▶서울청 금융범죄수사대(1명) ▶인천청 사이버범죄수사대(1명) ▶울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2명) ▶경남청 창원중부경찰서(1명) ▶서울청 서초경찰서(1명)로 이동해 조사를 받았다.
이번 송환 작전은 경찰청·법무부·외교부·국가정보원 등으로 구성된 TF가 주도했다. TF 소속 유승렬 경찰청 수사기획조정관은 브리핑에서 “대부분 캄보디아에서 활동 중인 코리아전담반이 검거했다”며 “로맨스 스캠 범죄자 15명은 국제 공조 협의체 합동 검거를 통해 체포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현지에서 체포되고도 국내 송환이 안 됐던 ‘로맨스스캠 부부사기단’도 이번에 압송됐다. 이들 부부는 딥페이크 기술로 만든 가상 인물을 앞세워 한국인 104명에게 약 12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수사팀 추적을 피하기 위해 성형수술로 얼굴을 바꾸는 식으로 도피하다 검거됐지만, 지난해 10월 대규모 송환 때는 제외됐다.
TF는 캄보디아 법무부 장관을 면담하는 등 국제 공조를 통해 송환에 성공했다고 한다. TF 소속 전성환 법무부 국제형사과 검사는 “(성형수술을 해도) 기본적으로 외향은 유사하다”며 “동남아 공조 네트워크를 통해 10회 이상 화상회의를 열고 캄보디아 정부를 설득해 조건 없이 송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투자 전문가를 사칭해 사회 초년생·은퇴자들에게서 약 194억 원을 편취한 사기 조직의 총책,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를 저지르고 캄보디아로 도주한 도피 사범 등도 송환됐다. 경찰은 1차 조사를 마친 뒤 이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