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체포 이전부터 델시 로드리게스 당시 부통령(현 임시대통령)이 미국과 사전 교감을 이어온 정황이 드러났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2일(현지시간) 관련 논의에 정통한 고위 소식통 4명을 인용해 로드리게스와 그의 친오빠 호르헤 로드리게스 국회의장이 중재자를 통해 미국과 카타르 측과 비밀 접촉을 지속하며 “마두로 퇴진 이후 어떤 결과든 협력하겠다”, “환영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접촉은 지난해 가을부터 시작돼,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두로 당시 대통령 간 통화 이후에도 이어졌다고 한다. 당시 트럼프는 마두로에게 즉각 사임과 망명을 요구했지만, 마두로는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마두로의 자발적 퇴진이 불투명해지자 로드리게스는 지난달 미국 측에 “마두로는 가야 하며, 결과가 어떻든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약 한 달 뒤, 마두로는 미군의 공습을 받고 생포됐다.
다만 로드리게스 남매가 미국의 마두로 체포 작전에 직접 가담하거나 쿠데타를 모의한 것은 아니라고 매체는 분명히 했다. 로드리게스 측이 마두로 축출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단계까지는 나아가지 않았지만, 마두로 퇴진 이후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후 협력’에만 동의했다는 것이다.
매체는 이런 사전 접촉 정황에 대해 “마두로 체포 이후 베네수엘라가 내전이나 무정부 상태로 빠지는 것을 막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최우선 목표였다”고 평가했다. 로드리게스가 미국 석유 기업들과의 협력 의지를 공개·비공개적으로 강조해 온 데다, 미국 에너지 업계 인사들과의 개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미국 측을 설득하는 데 주요하게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이런 판단 속에서 당초 베네수엘라 정권 인사들과의 협력에 회의적이었던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역시 점차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카타르의 역할도 주목됐다. 카타르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긴밀한 관계를 활용해 로드리게스의 비공식 협상 창구 역할을 수행했으며, 카타르 왕실 일부 인사들이 로드리게스를 개인적 ‘친구’로 여겼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러한 중재 덕분에 로드리게스는 미국과의 물밑 협상에서 더 많은 기회를 확보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실제 트럼프는 로드리게스와의 사전 접촉을 인정한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트럼프는 지난 3일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로드리게스)와 여러 차례 얘기했고, 그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두로 체포 이전부터 일정 수준의 교감이 있었음을 사실상 시인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