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이대로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금메달 도전도 빨간불이다. 양민혁(20, 코번트리 시티)뿐만 아니라 배준호(23, 스토크 시티), 양현준(24, 셀틱) 등 한국 축구를 이끌어갈 여러 유럽파 선수들도 군 복무를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한국 23세 이하(U-23) 대표팀은 24일 0시(이하 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 홀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3·4위전에서 김상식 감독이 지휘하는 베트남과 맞붙는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C조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이란과 답답한 경기 끝에 0-0으로 비겼고, 레바논을 상대론 두 차례나 리드를 허용한 뒤 4-2로 역전승했다. 그리고 최종전에선 두 살 어린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0-2로 완패하며 고개를 떨궜다.
사실 그대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더라도 이상할 것 없었다. 하지만 한국은 레바논이 이란을 1-0으로 잡아준 덕분에 1승 1무 1패(승점 4)로 조 2위를 차지하며 '어부지리'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민성 감독도 호주전을 앞두고 "8강에 오른 건 하늘이 준 기회"라며 "하나로 뭉쳐 승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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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국은 호주를 2-1로 잡아내며 분위기를 바꾸는가 싶었다. 하지만 준결승에서 성사된 숙명의 한일전에서 완패하며 고개를 떨궜다. 일본은 8강에서 요르단과 승부차기 혈투를 벌이며 체력 소모가 컸고, 선발 명단도 5자리나 바뀌었다. 무엇보다 2028 로스엔젤레스(LA) 올림픽에 대비해 두 살 어린 선수들로 스쿼드를 꾸렸음에도 강력했다.
이민성호는 전반 37분 고이즈미 가이토에게 내준 선제골을 만회하지 못하며 0-1로 패했다. 말 그대로 완패였다. 후반엔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주도권을 쥐긴 했지만, 전반 슈팅 숫자가 1-10로 크게 밀릴 정도로 압도당했다. 대회 내내 지적돼 오던 불안한 빌드업 문제와 단조로운 전개, 뚜렷한 색깔 없는 축구가 되풀이됐다.
중국 '넷이즈'도 "일본이 한국을 완전히 압도하며 2회 연속 결승에 진출했다. 일본의 지배력은 공포 수준이었다"라며 "이런 한일전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일본은 단 45분 만에 한국을 완전히 눌러버렸다. 전반 슈팅 수 10-1이라는 어이없는 수치는 전 세계 축구 팬들을 경악하게 했다"라고 주목했다.
사실 대회 전부터 기대보다는 우려가 컸다. 대한축구협회는 2024년 황선홍 감독과 작별한 뒤 이민성 감독을 선임하기까지 13개월이나 걸렸다. 사령탑 공백은 당연히 준비 부족으로 이어졌고, 한국 U-23 대표팀은 지난해 사우디 전지훈련에서 1·2차전 도합 0-6으로 대패하고 판다컵에서 중국에 0-2로 지는 등 여러 차례 위기 신호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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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는 올림픽 출전과 직결된 대회는 아니다. 2년 뒤 2028 LA 올림픽 예선을 겸해 열릴 U-23 아시안컵 본선 조 추첨 시드 배정에 성적이 반영되기에 최대한 높은 위치에서 마무리할 필요가 있는 정도다.
문제는 당장 오는 9월 열리는 아시안게임이다. 2014·2018·2022 대회에 이어 4연패를 노리는 한국으로서 일본은 반드시 넘어야 할 적수다. 물론 아시안게임 본선에선 양민혁과 배준호, 양현준, 엄지성(스완지 시티), 윤도영(도르드레흐트) 등도 합류하며 전력이 배가되겠지만, 일본 역시 홈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전력을 총동원할 가능성이 크다.
두 살 어린 일본을 상대로 끌려다닌 만큼 아시안게임에서도 우위를 점치기 어려운 상황. 이영표 해설위원도 우즈베키스탄전 직후 "이 정도 경기력이라면 이번 아시안게임도 상당히 걱정된다. 숙제가 많아 보인다. 우리 모두에게 많은 메시지를 주는 경기였다"라며 "이런 경기력이 몇 년 후 A대표팀으로 연결된다고 상상하기 어렵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박문성 해설위원 역시 "한국 축구를 10년 넘게 보면서 '왜 우리는 멈춰있지? 정체되어 있지?' 혹은 '뒤로 물러나는 퇴보'하는 느낌이 있다. 우리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면, 다른 나라가 앞으로 간다. 사실상 퇴보하는 것과 같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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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우려가 현실이 된다면 한국 축구의 큰 위기가 될 수 있다. 금메달 획득에 실패한다면 병역 특례를 받을 수 없고, 유럽에서 활약하던 선수들 중 대다수가 군 복무를 위해 K리그로 복귀한 뒤 상무에 입단해야 하게 된다. 올림픽 메달 가능성은 더더욱 희박하다.
대형 기대주들이 대거 입대하다면 자연스레 한국 축구의 미래 경쟁력도 줄어들게 된다. 물론 K리그에서도 실력을 쌓을 수 있겠지만, 유럽 무대에서 계속 성장하는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일본 'Qoly'도 "대부분의 한국 선수들에게 병역 문제는 생존이 걸린 사안"이라고 조명했다.
매체는 "한국은 손흥민을 비롯한 다수의 선수들이 병역 면제를 발판으로 이후 크게 도약했다"라며 "해외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에게 병역은 시장 가치 하락 등 커리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과연 U-23 한국 대표팀은 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병역 면제라는 목표를 다시 손에 넣을 수 있을까. 대표팀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넷이즈 역시 일본전 직후 "한일전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이렇게까지 벌어진 격차는 더 충격적"이라며 "이번 경기 결과는 단순한 더비전의 승패 그 이상이다. 일본은 평균 20세 안팎의 젊은 선수들로 수십 년간 축적된 유소년 시스템의 결과물을 보여줬다. 모든 아시아 국가들이 배워야 한다"라고 짚었다. "지금의 운영 구조와 시스템은 절대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장기적인 플랜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외쳤던 황선홍 감독의 제언이 생각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