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병합 주장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을 흔든 데 이어 병합 문제에서 한발 물러선 이후에도 나토의 집단 방위 능력을 조롱하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어쩌면 우리는 나토를 시험대에 올렸어야 했을지도 모른다”며 “조약 5조를 발동해 나토가 이곳으로 와서 불법 이민자들의 추가 침공으로부터 우리 남부 국경을 보호하도록 했다면 국경순찰대 다수를 다른 임무에 투입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나토 조약 5조는 동맹국 중 한 나라가 공격을 받을 경우 모든 회원국이 공동 대응에 나선다는 집단 방위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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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포럼서도 반복된 ‘나토 무용론’
트럼프 대통령의 나토 회의론은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그는 21일 포럼 연설에서 “나토의 문제는 우리는 그들을 위해 100% 있어 주겠지만 우리가 ‘신사 여러분, 우리가 공격받고 있습니다’라고 호소할 때 그들이 우리를 위해 있어 줄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가 쏟아부은 모든 돈, 피, 땀, 눈물을 생각하면 그들이 우리를 위해 있어 줄지 모르겠다”며 동맹국들의 기여도에 대한 의구심을 거듭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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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서 도움 필요 없었다”…동맹 평가절하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폭스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거론하며 나토를 평가절하했다. 그는 “우리는 그들의 도움이 필요했던 적이 없다”며 “그들은 아프가니스탄에 병력을 파견했다고 말하지만, 전선에서 조금 떨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또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호혜적인 관계여야 한다”며 거래적 접근법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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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주장, 전사자 통계와 달라”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주장은 실제 아프가니스탄 전쟁 참전국 사망자 통계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년간 이어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사망한 나토군은 총 3486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미군이 2461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영국군도 457명이 전사했다.
캐나다 역시 165명의 군인이 순직했는데, 이는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 캐나다군이 참전한 전쟁 가운데 가장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사례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은혜를 모른다’고 비판한 덴마크도 아프가니스탄전에서 44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이는 미국을 제외한 국가 가운데 인구 대비 가장 많은 사망자 수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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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전사한 캐나다인” 냉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지자 나토 동맹국 국민들 사이에서는 냉소적인 반응도 나왔다.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한 다리에 조문객이 늘어선 사진이 올라왔고, 게시자는 “미국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사한 젊은 캐나다인을 환영하는 모습”이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