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 김혜원 한림대강남성심병원 피부과 교수 간·신장 질환 등 초기 증상 가능성 원인별 치료하고 생활습관 관리
가려움증은 누구나 한 번쯤 겪는 흔한 증상이지만, 6주 이상 지속된다면 단순한 피부 자극이 아닌 전신 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 만성 가려움은 피부를 계속 긁게 해 상처와 염증을 일으킨다. 또 수면 장애와 스트레스, 사회생활 위축으로 이어져 삶의 질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원인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접촉 알레르기나 아토피 피부염, 습진 등 피부 질환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간이나 신장 질환, 갑상선 질환, 혈액 종양, 자가면역 질환 등 전신 질환의 초기 증상일 수도 있다.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신경계 질환 등 만성질환 치료를 위한 약물 부작용으로 가려움증이 생기기도 한다. 특히 고혈압약, 이뇨제, 진통소염제, 항생제, 항암제, 항경련제 등은 심한 전신 가려움을 유발할 수 있어 약물 연관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일반적인 알레르기 혈액검사만으론 가려움증의 원인을 찾기 어렵다. 금속, 방부제, 세제, 염료, 향료 등 특정 화학물질에 대한 반응을 알아보려면 접촉 알레르기 첩포검사(patch test)가 필요하다. 가려움증이 습진처럼 보이더라도 편평태선, 포진피부염, 천공성 교원질종 등 다른 질환일 수 있으므로 피부 조직검사와 면역 형광검사를 통해 감별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간·신장 기능 저하나 담즙 정체, 자가면역 질환에 체중 감소, 식은땀, 체력 저하를 동반한 경우라면 림프종 같은 암에 의한 가려움증일 수도 있다.
가려움증 치료는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환자 상태에 맞게 접근해야 한다. 두드러기나 아토피 피부염에는 항히스타민제가 효과적이다. 염증으로 인한 가려움에는 일차적으로 국소 스테로이드제나 비스테로이드성 면역 조절 연고가 사용된다. 기본적인 치료로도 호전이 안 되는 경우에는 면역 반응을 직접 조절하는 표적치료제, JAK 억제제, 생물학 제제 등 신약이 등장해 난치성 가려움증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 광선 치료 또한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특히 협대역 자외선B(NB-UVB)는 아토피 피부염이나 건선, 투석 환자의 전신 가려움에 도움을 준다.
가려움증은 무엇보다 생활습관 관리가 중요하다. 미지근한 물로 짧게 샤워한 뒤 즉시 보습제를 바르고, 세제나 향이 강한 제품을 피하며, 실내 온습도를 쾌적하게 유지하는 것이 기본이다. 특히 뜨거운 물 샤워나 전기요는 노인의 가려움증을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땀이나 스트레스, 특정 음식, 약물이 증상을 악화할 수 있는 만큼 자신의 생활 패턴을 기록해 원인을 찾는 것도 도움이 된다. 가려움증은 몸이 보내는 중요한 경고 신호다. 긁지 않는 습관과 정확한 진단, 개인별 맞춤 치료를 통해 편안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