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우충원 기자] 한국 축구가 또 한 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일본에 무너진 충격도 가라앉기 전에, 베트남에게까지 굴욕을 당하며 4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추가시간 동점골로 겨우 연장에 돌입했지만 결말은 더 잔인했다. 승부차기에서 실축이 나왔고, 한국은 결국 패배를 받아들였다. 과정도 내용도 남는 게 없는 경기였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U-23 축구대표팀은 24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 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AFC U-23 아시안컵 3·4위전에서 베트남 U-23과 연장 120분 동안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7-8로 패했다. 한국은 동메달을 놓쳤고, 대회는 4위로 끝났다.
이번 대회 내내 한국은 불안했다. 조별리그부터 1승 1무 1패로 흔들렸다. 토너먼트에서 반등의 계기를 잡아야 했지만 4강에서 일본을 상대로 완전히 밀리며 우승 꿈은 무너졌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동메달전마저 잡지 못하면서 대회는 최악의 결말로 흘렀다.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대회가 아니라고 해도, 한국 축구가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큰 타격이었다.
경기 전 기록은 한국의 절대 우위였다. U-23 레벨에서 베트남을 상대로 6승 3무, 단 한 번도 진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베트남은 분위기 자체가 달랐다. 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조별리그 3전 전승으로 8강에 올랐고, 아랍에미리트를 제압하며 4강까지 올라온 팀이었다. 중국에 패해 결승행이 막혔을 뿐 흐름과 기세는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한국은 4-3-3으로 나섰다. 정승배-정재상-김도현이 최전방에 섰고, 중원에는 김동진-배현서-정지훈이 포진했다. 수비는 강민준-조현태-신민하-장석환, 골문은 황재윤이 지켰다. 베트남은 5-4-1로 응수하며 철저히 내려앉아 공간을 지웠다.
출발은 한국이 나쁘지 않았다. 킥오프 직후 배현서가 페널티박스 안으로 침투하다 넘어졌지만 심판 휘슬은 울리지 않았다. 전반 13분 김도현의 중거리 슈팅은 위로 떴고, 전반 27분 정재상의 백힐 패스를 강민준이 마무리했지만 골키퍼 반 빈의 선방에 막혔다. 기회를 놓친 순간, 한국의 흐름은 더 어수선해졌다.
결국 실점이 터졌다. 전반 30분 베트남의 역습 상황에서 응우옌 딘 박이 돌파로 흐름을 뒤집은 뒤, 연결된 패스를 응우옌 꺽 비엣이 마무리하며 선제골을 뽑아냈다. 한국은 전반 34분 페널티킥을 얻는 듯했으나 VAR 판독 끝에 취소되며 기세를 완전히 잃었다. 전반은 베트남의 1-0 리드로 끝났다.
점유율은 의미가 없었다. 전반 한국 점유율은 65%였지만 슈팅은 고작 3개, 유효 슈팅은 1개에 불과했다. 베트남 역시 공격 숫자는 많지 않았지만 2개의 슈팅으로도 위협을 만들었다. 한국은 공을 오래 잡고도 정작 결정적인 장면은 만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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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시작과 동시에 이민성 감독은 교체 카드를 쏟아냈다. 조현태 대신 이현용, 정지훈 대신 이찬욱, 김동진 대신 강성진을 투입하며 승부를 걸었다. 베트남도 쿠옥 비엣 대신 응우엔 꽁 푸엉을 넣어 맞섰다. 그러나 한국의 공격은 여전히 정돈되지 않았다. 후반 10분 정재상의 헤더는 터무니없이 벗어났고, 공격은 반복적으로 끊겼다.
그래도 동점은 만들었다. 후반 23분 혼전 상황에서 김태원이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1-1을 만들었다. 하지만 동점골 이후에도 한국은 안정되지 못했다. 최악의 장면은 곧바로 이어졌다. 후반 26분 프리킥 상황에서 응우옌 딘 박에게 오른발 강슛을 허용했고, 한국은 다시 1-2로 끌려갔다. 베트남의 유효 슈팅 2개가 실점 2개로 직결됐다. 수비 집중력이 무너진 결과였다.
후반 막판 변수가 생겼다. 베트남 응우옌 딘 박이 다이렉트 퇴장을 당하며 한국은 수적 우위를 잡았다. 남은 시간은 한국의 총공세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한국은 숫자가 많아졌음에도 답답했다. 내려앉은 상대를 상대로 계속 후방 빌드업만 반복했고, 크로스는 무의미하게 끊겼다. 추가시간 7분이 주어졌지만 흐름은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그런데도 한국은 마지막 순간 겨우 살았다. 경기 종료 직전 혼전 상황에서 신민하가 밀어 넣으며 2-2 동점골을 만들었다. 패배 직전까지 몰렸던 한국은 기사회생했고, 경기는 연장전으로 넘어갔다.
연장전에서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이민성 감독은 김도현 대신 김용학을 투입했고, 한국은 연장 전반부터 공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수적 우위를 안고도 결정력은 끝내 살아나지 않았다. 마무리는 또 흔들렸고, 추가골은 터지지 않았다. 승부는 결국 승부차기로 향했다.
승부차기에서도 한국은 앞서나가는 듯 보였다. 김태원, 강성진, 이찬욱, 김용학이 연달아 성공했고 베트남도 나란히 성공하며 팽팽한 흐름이 이어졌다. 서든데스에 들어선 뒤에도 양 팀은 버텼다. 한국의 6번째 키커 장석환이 성공했지만 베트남도 따라왔다.
결정적인 순간은 7번째 키커에서 갈렸다. 한국 배현서가 실축했고, 베트남은 마지막 키커 응우옌 탕 안이 성공시키며 경기를 끝냈다. 스코어는 7-8. 한국은 동메달전에서마저 무너졌다.
이 경기는 한국 축구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점유율은 높았지만 공격은 답답했고, 상대가 한 명 퇴장당한 상황에서도 끝내 주도권을 확실히 잡지 못했다. 돌파는 막혔고 크로스는 끊겼으며, 결정력은 끝까지 살아나지 않았다. 수비는 단 두 번의 실점 장면에서 모두 무너졌다. 일본전 패배가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음을, 베트남전은 더 냉정하게 보여줬다.
한국 U-23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4위로 끝냈다. “유종의 미”라는 말이 나오기 어려운 마무리였다. 지금 한국 축구는 변명을 찾을 시간이 없다. 이대로라면 조롱은 계속된다. 반등을 원한다면, 결국 경기장에서 증명해야 한다. 결과가 나오지 않는 축구는 상대에게 이유 없이 얕잡아보일 뿐이다. /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