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흥행으로 K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유통업계가 일부 제품 리패키징(제품은 그대로 두고 포장 디자인을 바꾼 것)을 서두르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 속 ‘한국에서만 구할 수 있다’ 는 희소성을 강조해 수요 잡기에 나선 것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외국인 관광객을 공략하기 위해 ‘비쵸비 비스킷’과 ‘참붕어빵’ 제품을 각각 ‘비쵸비 코리아 에디션’과 ‘복붕어빵’으로 리패키징해 서울 시내 주요 관광상권에서 판매 중이다. 두 제품 모두 복주머니, 한복 등 포장에 한국 문화를 담았는데 모두 수출용이 아닌 내수용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오리온 비쵸비 코리아 에디션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여행 기념품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외국인 관광객 매출 비중이 높은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에서 과자 부문 판매 1위에 올랐다”며 “해당 제품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출시 직후인 2024년 9월 대비 매출이 약 200% 이상 뛰었다”고 설명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는 해당 국가에서만 구할 수 있는 과자나 먹거리가 곧 기념품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며 “한국의 전통 요소를 반영한 패키지 디자인이 하나의 문화적 콘텐트이자 중요한 구매요소로 인식되는 셈”이라고 봤다.
스타벅스코리아도 한국 전통 디자인을 반영한 제품을 약 40종 이상 기획해 판매 중이다. ‘안녕 시리즈’ 굿즈의 경우 텀블러와 머그잔엔 국내 관광명소·특산물이 디자인 돼 있으며 서울·부산·제주 등 지역별 개성을 반영했다. 관련 상품군의 전체 판매량은 지난해 전년도 대비 약 50% 늘었다.
스티벅스코리아 관계자는 “국내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관련 상품군 판매량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며 “명동, 성수, 종로 등 주요 관광 상권에 위치한 매장에서 특히 판매율이 높다”고 말했다.
현대홈쇼핑도 최근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쇼라’에서 국가유산진흥원과 협업한 K굿즈 상품 40종을 판매했다. 단청 무늬 키보드, 조선 왕실 와인 마개 등 한국 전통문화 디자인을 입힌 제품이 주류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K굿즈 열풍이 국내를 넘어 글로벌로 확산하는 중”이라며 “단순한 제품 쇼핑을 넘어 고객에게 한국 문화를 직접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K컬처 흥행에 따라 한국 전통문화가 반영된 제품을 찾는 고객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뮷즈(MU:DS)’의 매출액은 약 413억3700만원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달성했다. 2020년 매출(37억원대) 대비 5년 만에 약 11배 급등한 것이다. 뮷즈는 ‘뮤지엄(Museum)’과 ‘굿즈(Goods)’를 결합한 용어로 박물관 소장품을 바탕으로 만든 문화상품 브랜드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전통문화를 반영한 내수용 제품이 외국인 고객의 소비 심리를 효과적으로 자극한다고 짚었다. 김시월 건국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K컬처 유행에 따라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한국 전통 디자인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특히 한국적 특징이 반영된 제품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타국과 구별되는 희소성을 가지는 만큼 유행 요인으로 부각될 수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