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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아니라서 괜찮다? 전자담배 '수증기'의 반전 실체

중앙일보

2026.01.23 13:00 2026.01.23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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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 EPA=연합뉴스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희망찬 마음으로 신년 목표를 세운다. 그 중에서도 해마다 빠지지 않는 다짐이 ‘금연’이다. 하지만 굳게 먹은 결심과 달리 금연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니코틴을 끊기 어려워 절망하는 이들에게 전자담배는 비교적 건강에 덜 해로울 것 같은 대안으로 인식되며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인식은 실제 의학적 근거와는 거리가 멀다.

세계보건기구(WHO)의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전통적인 궐련 흡연율은 감소세에 있지만, 전자담배 사용자는 1억 명을 넘어섰다. 담배 회사들은 ‘위해 감축’을 내세워 전자담배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담배 냄새는 싫지만 니코틴은 끊기 힘든 이들에게 달콤한 유혹이다. “일반 담배보다 해로운 성분이 90%나 적다”는 광고 문구는 전자담배를 마치 안전한 선택처럼 보이게 만든다.

수증기가 아니라 ‘에어로졸’
전자담배에서 나오는 하얀 기체를 단순한 수증기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는 니코틴과 중금속, 발암물질 등이 섞인 에어로졸(aerosol)이다. 겉보기에는 연기가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인체에 유해한 미세 입자를 포함하고 있어 본질적으로는 연초와 다르지 않다.

담배 형태에 따라 흡연 방식은 다르다. 연초는 담뱃잎을 직접 태워 연기를 흡입하는 방식이고, 궐련형 전자담배는 담뱃잎 스틱을 고온으로 가열해 흡입한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니코틴 액상을 전기로 가열해 에어로졸을 만든다. 방식만 달라졌을 뿐, 니코틴과 유해물질 노출이라는 핵심은 동일하다.

유해 성분이 적으면 덜 해로운가
전자담배의 위해성을 둘러싼 대표적인 오해는 ‘유해 성분 수치가 낮으면 덜 해롭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이는 지나치게 단순한 해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분석에 따르면 궐련형 전자담배의 타르 함량은 일반 담배와 유사하거나 오히려 더 높게 측정되기도 했다.

전자담배 에어로졸에서는 연초 담배에는 없던 80여 종 이상의 새로운 화학물질이 확인됐다. 가열 과정에서 발생한 미세 금속 입자는 폐포 깊숙이 침투해 만성 염증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특정 성분의 수치가 낮다고 해서 인체가 받는 전체 독성 부담이 줄어든다고 보기는 어렵다.

심장과 폐에도 안전하지 않다
전자담배가 심혈관계에 미치는 영향 역시 가볍지 않다. 담배 관련 연구를 종합한 메타분석 결과, 전자담배 사용자는 비사용자에 비해 심근경색 발생 위험이 1.53배 높았다. 과거 흡연력이 있는 전자담배 사용자의 경우 심근경색 위험은 2.52배, 뇌졸중 위험은 1.73배까지 상승했다.

이는 니코틴이 혈압과 심박수를 직접적으로 증가시키는 데다, 에어로졸 속 미세 입자가 혈관 내피세포 기능을 떨어뜨려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폐 건강도 예외는 아니다. 전자담배 사용자의 1초간 강제호기량(FEV₁)은 평균 3.0L로, 비사용자(3.5L)에 비해 약 14% 낮았다. 장기 코호트 분석에서는 전자담배 사용이 기존 흡연 여부와 무관하게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신규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와 전자담배를 함께 사용하는 이중 사용자의 COPD 위험은 비사용자 대비 약 3.9배에 달했다.

‘이중 사용’이 가장 위험하다
임상적으로 가장 우려되는 흡연 형태는 전자담배와 일반 담배를 함께 사용하는 이중 사용이다.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자의 80% 이상이 이에 해당한다. 이 경우 체내 독성 물질 노출은 줄어들지 않으며, 심혈관 질환 위험은 오히려 36%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전자담배와 일반 담배 모두 니코틴을 포함한다. 니코틴은 강한 중독성을 지닌 물질로, 흡연 욕구와 금단 증상을 유발하고 혈압과 심박수를 높여 심혈관계 부담을 키운다. 2025년 지역사회건강조사에서는 담배를 끊지 않은 채 제품만 바꾸는 ‘이동 현상’이 관찰되기도 했다. 전자담배가 금연으로 이어지기보다 흡연을 지속시키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자담배는 금연 보조 수단처럼 홍보돼 왔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공식 금연보조기기 승인을 받지 못했다. 실제 연구에서도 전자담배로 금연을 시도한 다수는 완전한 금연에 성공하지 못하고 이중 사용자로 남는 경우가 많았다.

청소년에게는 흡연 입문 경로가 될 위험도 크다. 영국의 장기 연구에서는 전자담배를 사용하지 않은 청소년의 흡연율이 1.4%인 반면, 전자담배 사용 청소년의 흡연율은 33%에 달했다.
서울 시내에 한 흡연구역 모습. 연합뉴스

신기술·합성 니코틴도 안전하지 않다
초음파 방식 등 최신 기술이 적용된 전자담배 역시 안전성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가열 코일을 제거했더라도 기존 기기와 유사한 수준의 독성 알데히드 생성과 세포 독성이 확인됐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규제 사각지대에 있던 합성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는 2025년 12월 담배사업법 개정에 따라 ‘담배’로 편입됐다. 이에 따라 경고 그림과 문구 표시가 의무화되고, 온라인·무인 판매 제한, 미성년자 판매 시 연초와 동일한 처벌이 적용된다.

답은 ‘완전한 금연’
조 교수는 “전자담배는 연초보다 덜 해로운 대안이 아니라, 형태만 달라진 또 하나의 담배”라며 “연초와 전자담배를 번갈아 사용하는 이중 사용은 건강 위험을 오히려 증폭시킨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담배가 덜 해로운지를 따질 것이 아니라, 모든 형태의 니코틴에서 벗어나는 완전한 금연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담배는 중독성이 강해 개인의 의지만으로 끊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상담과 약물치료 등 전문적인 도움을 병행할 것을 권고한다. 니코틴 의존도 검사에서 7점 이상이면 고위험군에 해당해 의사 상담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나의 담배 의존 정도는?
서울 시내 편의점에 담배 진열대 모습. 연합뉴스
1. 아침에 기상 후 얼마 만에 첫 담배를 피우십니까?
가. 60분 이상 지나서 (0점)
나. 31~60분 (1점)
다. 6~30분 (2점)
라. 5분 이내 (3점)


2. 금연구역에서 흡연욕구를 참기가 어렵습니까?
가. 아니오 (0점)
나. 예 (1점)


3. 하루 중 어느 때의 금연이 가장 참기 어렵습니까?
가. 기상 후 처음 피울 때 (1점)
나. 다른 상황일 때 (0점)


4. 하루에 담배를 몇 개피나 피우십니까?
가. 10개피 이하 (0점)
나. 11~20개피 (1점)
다. 21~30개피 (2점)
라. 31개피 이상 (3점)

5. 기상 후 몇 시간 동안이 하루 중 나머지 시간보다 더 자주 담배를 피우십니까?
가. 아니오 (0점)
나. 예 (1점)


6. 아파서 하루 대부분을 누워있을 때에도 담배를 피우십니까?
가. 아니오 (0점)
나. 예 (1점)


* 4점 이하: 약물의 도움 없이 금연 성공 가능
7점 이상: 니코틴 의존도가 높은 편으로 의사와 금연 상담 권장






이에스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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