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3일 중국 전승절(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일)을 맞아 방중한 이후 북·중 관계에 급격한 훈풍이 불 것이란 관측과 달리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고 있다. 북·러 유착 여파로 소원했던 북·중 관계가 본격적인 해빙기를 맞이한 것으로 보긴 아직 섣부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관련 소식통들에 따르면 지난해 말 준비가 한창이던 단둥-신의주 간 신압록강대교의 개통에는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북한 당국이 기대하는 중국인 관광객의 북한 유입도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2020년 1월 이후 멈췄던 북·중 여객 열차길도 아직 열리지 않았다.
특히 북한은 지난 5일 한·중 정상회담 전후로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표출하며 한·중 밀착에 견제구를 날렸다.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 당일인 지난 4일 신형 탄도미사일(극초음속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회담 이튿날엔 김정은이 직접 러시아 파병군 추모기념관 건설 현장을 찾아 러시아와의 밀착을 과시했다.
지난 14일에는 김정은의 입 역할을 하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정상외교를 저격하며 중국도 입에 올렸다. "아무리 집권자가 해외에까지 돌아치며 청탁질을 해도, 아무리 당국이 선의적인 시늉을 해 보이면서 개꿈을 꾸어도 현실은 절대로 달라질 수 없다"라고 언급하면서다. 이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북핵 문제와 관련해 중재자 역할을 요청한 걸 꼬집은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자신들과 관련한 의제가 한·중 정상이 만나는 자리에서 거론되는 상황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북·중 간 이상기류는 시진핑 주석과 관련한 북한 관영매체의 보도에서도 감지됐다. 노동신문은 지난 18일 2면에 김정은이 "여러 나라 당 및 국가 수반들과 인사들에게 연하장을 보냈다"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신문은 김정은이 연하장을 보낸 대상으로 시진핑 주석과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를 가장 먼저 언급하면서도 실명 없이 직급만 거론했다. 그마저도 베트남, 싱가포르, 타지키스탄 등의 정상급 인사와 한 줄에 묶어서 간략하게 보도했다.
이는 김정은이 지난해 연말과 올해 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주고받은 축전 내용을 상세히 공개했던 것과 다른 모습이다. 중국에 대한 불만을 의도적으로 드러내면서 북·러 밀착을 부각한 것이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은 북한이 원하는 만큼 중국인 관광객 유입이나 제재 무력화에 적극적인 모습은 아니다"라면서 "북한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당분간 러시아와의 관계를 활용해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