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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는 겨울이 진짜" 서핑 고수가 영하 6도에 바다 뛰어든 이유 [스튜디오486]

중앙일보

2026.01.23 14:00 2026.01.23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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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튜디오486]은 중앙일보 사진부 기자들이 발로 뛰어 만든 포토스토리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중앙일보는 상암산로 48-6에 있습니다. "


‘서핑’은 누가 뭐래도 여름 스포츠다. 이글거리는 태양과 푹푹 찌는 무더위에 마주한 초록빛 바다, 그리고 하얀 파도. 그 위를 미끄러지듯 질주하는 서퍼들. 그런데 서핑 좀 해봤다는 고수들은 한겨울에도 바다를 찾는다. '겨울이야말로 진정한 서핑의 계절'이라면서. 겨울 서핑의 매력은 무엇일까?

서핑 고수들은 겨울이야말로 진정한 서핑의 계절이라고 말한다. 강원 양양군 물치해변에서 두꺼운 웻슈트를 입은 서퍼가 파도를 타고 있다.

" 겨울 바다는 시리다 "

겨울의 한가운데를 지나는듯한 추위가 매섭던 어느 날 동해 바다와 마주했다. 권민호(40) 서프픽 대표와 함께.
"여름의 동해는 파도가 거의 없어요. 입문자들이 서핑의 '맛'을 보기엔 좋지만, 파도의 '힘'을 느끼기엔 아쉽죠."
"가을이 되면 파도의 힘이 살아나기 시작해 겨울에 에너지가 가장 강해요."
"단단하고 힘이 넘치는 파도가 밀려와요"
계절에 따라 파도의 얼굴이 달라지는 셈이다.
권민호 서프픽 대표가 겨울 서핑에 나서고 있다.

강원 양양군 강현면 물치해변. 아침이라 기온은 영하 6도. 날카로운 바람까지 불어 잠깐 서 있는데 몸이 꽁꽁 얼었다. 하지만 바닷속은 달랐다. 수온은 기온보다 10도 이상 높다. 겨울 서퍼들의 “물속은 따뜻하다”는 말이 그제야 이해됐다. 저 멀리 푸른 바다에서 하얀 파도가 쉴 새 없이 밀려왔다. 서퍼들이 앞다투어 파도에 뛰어들어 파도와 호흡을 맞추고 있었다. 어림잡아 50명은 훌쩍 넘어 보였다.

겨울바다의 수온은 기온보다 10도 정도 따뜻하다.
" 서핑은 기다림이다 "

라인업에서 파도를 기다리는 서퍼들.
겨울 서핑을 지켜보는 사람들.
권 대표가 패들링(보드에 누워 손을 저어 나아가는 것)으로 라인업(서핑 시작점)으로 향했다. 서핑은 생각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많다. 기다림이 대부분이라고 할 수도 있다. 우선 기다리며 자신의 실력에 맞는 파도를 골라야 한다. 파도 하나에 서퍼 한 명만 탈 수 있기 때문에 기다리며 눈치도 봐야 한다. ‘원 웨이브, 원 서퍼(One Wave, One Surfer)’. 서핑의 암묵적인 약속이다. 전 세계 공통이다. 사고를 방지하고 서핑의 흐름을 지키기 위한 약속이다. 파도의 가장 높은 지점에 가까운 사람이 우선권을 가진다.

라인업에 도착한 서퍼들은 보드에 앉아 들이치는 파도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좋은 파도를 고르는 것이다. 크다고 좋은 파도는 아니다. 좋은 파도는 적당한 크기와 힘, 천천히 부서지며 매끄러운 면이 길게 이어져야 한다. 경험이 쌓일수록 좋은 파도를 알아보는 눈도 길러진다.

겨울 파도를 즐기는 서퍼들.

서핑을 잘하려면 파도를 '타는 기술' 뿐만 아니라 파도의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파도가 가장 먼저 솟아오르는 지점을 ‘피크(Peak)’라고 부른다. 힘이 응축되는 지점이다. 서퍼는 라인업에서 대기하다가 이 피크 지점에서 파도를 잡고 일어서며 라이딩을 시작한다. 피크에서 가까울수록 파도의 힘을 제대로 받을 수 있고, 더 길고 질 좋은 라이딩이 가능하다.



" 두려움과 중독 사이 "

권 대표가 파도를 가르고 있다.
경력이 많은 권 대표지만 파도 앞에서는 늘 두렵다고 했다.
"파도가 클수록 당연히 압박감도 커져요."
"하지만 두려움이 지나간 뒤 파도와 한 몸이 되었을 때 느끼는 희열과 쾌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엄청나요"
찰나에 찾아오는 긴장과 스릴이 쾌감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성공의 쾌감을 알기 때문에 실패해도 절망하지 않죠."
"제대로 성공하고 싶은 마음이 훨씬 더 크기 때문에 계속해서 라인업을 향해 패들링하게 되요"
다시 바다로 향하는 서퍼들.

한 서퍼가 패들링으로 해안가로 향하고 있다.
겨울 서핑의 매력이 단지 강한 파도에만 있지는 않다. 겨울 바다는 서퍼에게 오롯한 집중과 몰입을 선사한다. 피서객이 떠난 겨울 바다의 고요한 긴장감과 땀내 베인 끈적한 바람 대신 폐부 깊숙이 시원하게 파고드는 차가운 공기는 성공의 짜릿함을 몇배로 증폭시킨다. 서핑의 매력을 찾아 두꺼운 수트를 입고, 하얀 입김을 내뿜으면서도 바다로 향하는 이유다.

물치해변에서 만난 서퍼들. 왼쪽부터 롱보드를 든 이정헌 씨, 롱과 숏의 중간 사이즈 미드랭스 보드를 든 권 대표, 숏보드를 든 박광성씨.



장진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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