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군산 곳곳엔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민주당 소속 정치인이라면 흔히 적는 문구였지만, 군산 지역 정가에선 “부적절하다”는 반응이 터져나왔다. 일주일 전 의원직을 상실한 신영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군산·김제·부안갑)이 ‘당 지역위원장’ 직함을 달고 내걸었기 때문이다. 이날은 민주당에서 지역위원장 교체·보강 여부를 논의하는 조직강화특별위원회가 열린 날이다.
신 전 의원은 지난 8일 2023년 경선 당시 선거캠프 사무장의 여론조사 조작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서 의원직을 상실했다. 대법원이 확정한 원심 판결에 따르면 선거캠프는 휴대전화 100대를 구매해 신 전 의원에게 유리하도록 답변했다. 원심은 신 전 의원이 여론조작이 논의된 단체대화방에 들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지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암묵적으로 공모했다고 판시했다. 신 전 의원은 기소를 피했지만 선거사무장이 선거 관련 범죄로 300만원 이상 벌금형을 선고 받아 선거법에 따라 의원직이 박탈됐다.
그러자 신 전 의원의 지역위원장직 유지에 대한 의문이 쏟아졌다. 공천 과정에서의 부정행위에 사실상 가담했단 판결이 나왔음에도, 기초의원 선거에서 공천권을 행사는 게 바람직하냐는 것이다. 이에 지난 13일 일부 당원들은 “당의 공천 원칙과 도덕적 기준을 지키기 위해 신 전 의원의 영향력은 지역 정치에서 배제돼야 한다”는 내용의 해임촉구건의문을 전북도당위원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조강특위는 군산·김제·부안갑을 지역위원장 공백 지역(사고위원회)로 지정하지 않았다. 같은 날 이병진 전 의원의 지역구(평택을)는 사고위원회로 지정됐다.
조강특위 관계자는 “피선거권 유무가 사고위원회 지정의 기준”이라며 “신 의원 이번 보궐선거 이후에는 출마가 가능해 피선거권이 유지된다고 봤다”고 말했다.
선거법상 본인이 저지른 위반행위로 의원직이 박탈되면 향후 5년 간 피선거권이 제한되지만, 박탈 사유가 사무장 등의 행위인 경우에는 그로 인한 보궐 선거에만 나올 수 없다.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는 신 전 의원이 직을 내려놓을 가능성이 낮아보인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군산시의원은 “신 전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한 이후에도 군산시 인사들을 모집해 ‘정청래 대표도 나를 지지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지역위원장을 계속 하면서 공천까지 마무리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전북도당 관계자는 “신 전 의원은 최근까지도 전북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추천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선우·김병기 의원의 공천 헌금 의혹 등으로 ‘클린 선거’를 내세운 당 지도부가 신 전 의원에게 유독 관대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2021년 9월 정정숙 의원(청주시 상당구)도 회계책임자가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벌금 1000만원을 선고 받아 당선이 무효화됐지만, 사고위원회로 지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위원장직을 내려놓지 않았다.
그러자 송영길 당시 민주당 대표는 “민주당이 책임 정당으로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2021년 현역 의원 귀책 사유로 공백이 생긴 청주 상당구 보궐선거에 공천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결국 정 의원은 “책임을 전적으로 통감한다”며 지역위원장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한편 신 전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전 사무장이 휴대폰으로 여론조작한 것을 몰랐고, 심지어 정식으로 사무장 임명하기 전의 일인데 연대책임을 지는 건 과도한 제약이라 생각해 헌법소원을 냈다”며 “내가 속했던 단체채팅방은 그런 지시가 오간 것이 아니라, 지인에게의 투표를 독려하는 방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궐선거가 끝나면 지역위원장을 그만둘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