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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도 못 썰던 '철가방 요리사'…임태훈이 직접 밝힌 '롱런' 비결 [쿠킹]

중앙일보

2026.01.23 17:00 2026.01.2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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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시키신 분” 오래된 광고 속 멘트로 익숙한 이 한마디를, 자신을 드러내는 말로 바꾼 사람이 있다.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시즌1에 출연한 ‘철가방 요리사’ 임태훈이다. 철가방을 들고 등장하며 던진 이 짧은 한마디는 프로그램 안에서도 가장 강렬한 장면으로 남았고, 그의 셰프 인생에 새로운 장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임 셰프는 화려한 이력도, 정규 조리 교육도 받지 않았다. 설거지부터 시작해 주방 한켠에서 어깨 너머로 익힌 감각으로 중식을 배웠다. 잘되는 가게와 망해가는 가게를 모두 거치며 요리와 장사를 함께 배웠다.

화제 이후 잠시 주목받다 잊히는 경우와 달리, 임 셰프가 운영하는 ‘도량’은 방송이 끝난 지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예약이 어렵다. 그 비결을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매장을 지키는 것” 최근에는 짜장면과 짬뽕 밀키트를 출시하며 활동 반경을 넓혔다. 지난 8일, 임 셰프를 만났다.

'철가방 요리사'로 출연한 임태훈 셰프. 그는 자신의 매장인 도량을 지키며 손님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사진 웨이크버니


Q : 최근, ‘흑백요리사’ 시즌2가 끝났다. 보면서 1년 전 생각도 많이 났을 것 같다.
“그렇다. 자연스럽게 그때가 떠올랐다. 촬영 당시에는 워낙 정신이 없어서 상황을 제대로 느낄 여유가 없었다. 시간이 지나 다시 보니 인생에서 꽤 큰 장면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나가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 나간다면 그때보다 훨씬 여유 있게,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Q : 시즌1 당시 ‘짜장면 시키신 분’이라는 등장 장면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미리 준비한 설정은 아니었다. 작가가 철가방을 가져오라고 해서 들고 갔고, 입장할 때 리액션을 하나 해보라고 하길래 자연스럽게 나온 말이었다. 중식에서 가장 기본은 짜장면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왔다. 만약 다시 나간다면 ‘그릇 찾으러 왔습니다’라고 말하면 어떨까 싶다(웃음).”


Q : 방송 출연 이후 일상에도 변화가 있었나.
“확실히 달라졌다. 이전보다 말과 행동을 더 조심하게 됐다. 매장에서는 괜찮지만, 밖에서는 혹시 오해를 살까 스스로 경계하게 된다.”


Q : 도량은 여전히 예약이 어렵다.
“감사한 일이다. 방송 직후 많은 분이 찾아왔다. 더 의미 있는 건 그 이후에도 꾸준히 다시 찾아와준다는 점이다. 그래서 내가 정한 맛이나 서비스의 기준을 낮출 수 없었다.”


Q : 기준을 지키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매장에 상주하는 책임자다. 오너 셰프든 주방장이든, 이 가게를 책임지는 사람이 늘 자리를 지켜야 한다. 그래야 손님 입장에서도 신뢰할 수 있다. 물론 맛과 친절은 기본이다. 결국 재방문은 그 신뢰에서 나온다.”


Q : 실제로 매장에서 손님 응대와 메뉴 설명을 직접 하던데.
“당연한 일이다. 메뉴는 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 설명이 거창할 필요는 없다. 어떻게 만들었는지, 왜 이런 방식을 택했는지 정도만 알려도 반응이 달라진다. 또 손님 반응을 직접 보는 것도 중요하다. 불만을 대놓고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조심스럽게 건네는 말들이 있다. 그런 말들이 음식 점검에 큰 도움이 된다.”


Q : 요리는 어떻게 배웠나.
10대 중국집 배달원을 시작으로 중식과 연을 맺은 임태훈 셰프. 여러 업장에서 경력을 쌓으며 자신만의 중식을 만들고 있다. 사진 웨이크버니
“정규 과정이라고 할 만한 건 없었다. 군대에서 취사병으로 근무하며 매 끼니 450명 정도의 식사를 책임졌다. 그때 칼질에는 자신이 생겼다. 제대 후 중식당에 들어갈 때도 그 자신감으로 칼판 자리에 지원했다. 하지만 막상 주방에 들어가 처음 중식도를 쥐어보니 전혀 달랐다. 오이를 썰어보라고 해서 칼을 들었는데, 오이가 아니라 내 손이 썰릴 것 같았다. 군대에서 쓰던 일반 칼과는 무게도, 균형도 완전히 달랐다. 결국 설거지부터 다시 시작했다. 이후에는 주방 한켠에서 칼질과 불 조절을 어깨 너머로 보며 익혔다. 그 과정에서 요리뿐 아니라 장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함께 배웠다.”


Q : 그렇게 배운 요리가 내 업이라는 ‘확신’을 느낀 순간은 언젠가.
“지금도 기억난다. 어느 날 주방장이나 면판장이 모두 쉬고 있었는데, 홀 매니저가 와서 손님이 우동을 주문했다고 했다. 주문은 들어왔지만 아무도 만들지 않았다. 그동안 옆에서 보고 익힌 게 있으니 내가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면을 직접 뽑고, 눈대중으로 양념을 넣어 내 방식대로 조리해 내보냈다. 잠시 후 그릇이 빈 채로 돌아왔다. 그때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보람을 느꼈다. 힘들었던 시간들이 그 한 그릇으로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Q : 현장에서 일하며 크게 다친 적도 있다던데.
“한 중식당에서 일하며 재료를 썰다 손가락을 베어 피가 많이 났다. 사장이 본드로 붙이고 계속 일하라고 하더라. 그 순간 정이 뚝 떨어졌다. 결국 병원에 가서 세 바늘을 꿰맸고, 다음 날에도 다시 출근했다. 당시 주방 인력이 부족해 쉴 수가 없었다. 손에 세균이 들어가 부어오르면서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쳤다. 그 일을 계기로 ‘이렇게까지 하면서 일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 : 이후에도 여러 매장을 거치며 고된 시간을 보냈다.
“무리해서 일한 적이 많았다. 설거지부터 요리까지 여러 역할을 동시에 맡았고, 쉬지 못하는 날도 많았다. 위궤양을 앓기도 했다. 그때는 힘들었고 나만 일하는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간이 기술과 속도, 판단력을 키웠다.”


Q : 고생 끝에 첫 매장을 30대 초반에 열었다. 처음부터 잘됐나.
“그럴 리가. 2014년 12월 4일, 첫 가게 ‘아량’을 열었다. 어릴 때부터 내 가게를 여는 게 목표였다. 여러 매장에서 일하며 왜 안 되는지, 왜 잘되는지를 보면서 ‘이 정도면 내 방식으로 해봐도 되겠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매장을 구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겨우 구한 자리가 이미 망해가던 곳이었다. 초반에는 배달도 병행했고, 직접 전단지를 돌렸다. 고구마 빠스나 찐빵을 만들어 주변 상가에 나눠주며 가게를 알렸다. 생계를 위해서였다. 처음 3개월 정도는 정말 버티는 시간이었다. 이후 장사가 자리를 잡으면서 약 1년 8개월 만에 바로 옆 건물로 옮겨 1·2층을 모두 사용하는 규모로 확장할 수 있었다.”


Q : ‘좋은 셰프’의 기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임태훈 셰프는 "셰프는 노당자와 달리, 손님을 떠올리며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 웨이크버니
“마음가짐이다. 셰프와 노동자는 다르고,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리를 단순한 노동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이 음식을 먹는 손님을 떠올리며 만들어야 한다. 같은 재료라도 손님을 생각하며 다루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결과가 다르다.”


Q : 요리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나.
“많이 먹어본다. 먹어봐야 기준이 생긴다. 안 먹어본 음식은 책이나 사진으로만 봐서는 잘 모르겠다. 맛의 기억이 있어야 요리로 풀 수 있었다.”


Q : 동파육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흑백요리사’에서 선보이며 가장 화제가 된 요리이기도 하다.
“동파육은 이제 동반자 같은 존재가 됐다(웃음). 손이 많이 가는 메뉴다. 조리 시간이 길고, 타이밍을 놓치면 식감이 완전히 달라진다. 매일 동파육 조리에만 8시간 정도가 걸린다. 다른 곳과의 차이라면 간을 낮추고 팔각 향을 줄인 점이다. 여기에 매운맛을 살짝 더해, 짜거나 느끼하지 않게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동파육을 만들고 싶었다. 지금도 가게를 대표하는 메뉴이기 때문에 기준을 유지하려고 한다.”


Q : 최근 짜장면과 짬뽕 밀키트를 출시했다. 매장이 아닌 제품으로 확장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임태훈 셰프는 최근 자신의 이름을 걸고 짜장면과 짬뽕 밀키트를 출시했다. 사진 임태훈/웨이크버니
“중식을 떠올리면 결국 짜장면과 짬뽕이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했다. 밀키트도 가장 기본적인 메뉴부터 시작하고 싶었다. 개발 과정에서는 ‘매장에서 먹는 맛과 얼마나 가까울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삼았다. 특히 면이 가장 어려운 지점이었다. 면의 두께, 수분 함량, 삶았을 때의 탄력까지 여러 조건을 놓고 테스트를 반복했다. 한 번 정하면 끝나는 작업이 아니라, 중간중간 계속 삶아보고 직접 먹어보며 조정했다. 다행히 먼저 출시한 짜장면은 지난해 11월 출시 당일 컬리에서 품절은 물론 1주일간 신상 랭킹 1위를 달성하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Q : 소스 역시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짜장 소스에는 라드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라드가 빠지면 짜장의 기본 풍미가 살아나지 않는다. 돼지고기 양도 줄이고 싶지 않았다. 원가 부담은 있었지만 타협하고 싶지 않았다. 짬뽕은 너무 무겁지 않은 방향을 원했다. 단맛 역시 중요한 요소였다. 채소에서 나오는 단맛만으로 충분한지, 설탕을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지 놓고 테스트를 거듭했다. 최종적으로 ‘건강한 단맛’이 느껴지는 지점을 선택했다.”
″매장에서 먹는 것 같다″는 반응을 원했다는 임태훈 셰프 바람대로, 짬뽕 밀키는 특유의 불맛과 깔끔하게 매운 맛이 특징이다. 사진 웨이크버니


Q : 어떤 반응을 기대했나.
“‘이 정도면 매장에서 먹는 것 같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 밀키트는 어디까지나 대안이지만, 대충 만든 제품이라는 인상을 주고 싶지는 않았다. 매장에 오지 못하는 분들도 집에서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Q : 올해 계획은
“매장에 집중하는 것이다. 내게 매장은 단순한 일터가 아니라 삶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소중한 공간이다. 함께 땀 흘리는 직원들과 먼 곳에서 찾아오는 손님들이 존재하는 곳이기도 하다. 올해 역시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킬 계획이다. 동시에 매장의 맛을 담은 밀키트를 통해, 더 많은 분에게 도량의 색깔이 담긴 메뉴들을 선보이고 싶다.”

송정 기자 [email protected]

송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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