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3일(현지시간) 공개한 새 국방전략(NDS)에서 “한국은 높은 국방비 지출과 강력한 방위 산업, 의무병 제도로 뒷받침되는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했다”며 “미국의 보다 제한된 지원 하에 북한을 억제하는 ‘주된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에 대해선 “재래식 무기를 비롯해 핵무기와 기타 대량살상무기로 한국과 일본의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며 “북한의 핵무력은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역량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NDS는 지난달 발표된 국가안보전략(NSS)의 하위문서격이다. 미국의 주요 위협 등 국방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관련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큰 틀의 전략을 제시하는 문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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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北 방어 ‘주된 책임’ 충분…제한된 지원”
NDS는 “한국은 매우 중요하면서도 더 제한적인 미국의 지원(critical but more limited US support)을 받으며 대북 억제에서 주된 책임을 질 능력이 있다”며 한반도 방어의 주된 책임이 한국에 있음을 명시했다.
‘중요하면서도 더 제한적인 미국의 지원’의 구체적 내용을 기술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미국이 제공할 핵무력을 제외한 재래식 억지력 확대를 통해 북한의 도발 방지에 한국이 더 많은 역량을 투입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NDS는 그러면서도 “한국은 북한으로부터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북한의 미사일 부대는 재래식 무기, 핵무기, 기타 대량살상무기(WMD)로 한국과 일본의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며 북한이 핵무기를 한반도와 인근 지역으로 발사할 기술을 보유했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그럼에도 한국이 한반도 방어를 사실상 책임져야 하는 이유와 관련해선 “(대북 억제) 책임에서 이러한 균형 조정은 한반도에서 미군의 태세를 업데이트하는 데 있어서 미국의 이익과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통해 미국의 국방 우선순위와 더 부합하는 더 굳건하고 더 상호 호혜적인 동맹관계를 보장할 수 있고, 항구적 평화의 여건을 조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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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美본토 위협 능력 확대”…비핵화 언급 없어
NDS는 북한에 대해선 “대규모 재래식 전력 다수가 노후화됐거나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지만, 한국은 북한의 침공 위협에 맞서 경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특히 “북한의 핵무력은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역량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며 “이들 전력은 규모가 커지고 더 정교해지고 있으며 미국 본토에 대한 분명하고 현존하는 핵공격 위험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기술이 조만간 한반도와 일본 등 주변국을 포함해 미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수준으로 향상될 가능성을 인정한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의 NDS에는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언급은 한마디도 나오지 않는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2022년에 NDS와 핵태세검토보고서(NPR)를 동시에 공개했는데 당시 NPR에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비핵화’를 목표로 명시했던 것과 차이가 난다.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은 다음 주 한국과 일본을 차례로 방문해 NDS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자 안보정책통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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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우선’에 기초한 “서반구 우선원칙”
NDS에 명시한 미국 안보전략의 최우선 과제는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본토 방어와 미국이 포함된 서반구 우선원칙으로 요약된다.
특히 유럽을 향해선 그동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체제를 통해 미국에 ‘무임승차’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유럽의 책임”이라고 명시했다.
유럽에 대한 전략적 우선순위와 관련해선 “유럽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세계 경제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 작아지고 있다”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유럽에 계속 관여하겠지만, 미국 본토 방어와 중국 억제를 우선시해야만 하고,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미국은 더이상 서반구의 핵심 지역에 대한 접근권이나 영향력을 (적성국에) 넘겨주지 않을 것”이라며 “북극에서 남아메리카에 이르는 핵심 지역, 특히 그린란드와 아메리카만(멕시코만), 파나마 운하에 대해” 군사적·상업적 접근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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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 방어 장려”…중·러엔 유연한 입장
NDS에는 이와 관련 “모든 위협이 (미국에)동일한 심각성과 중대성을 가지지 않는다는 점을 매우 명확히 인식한다”는 표현이 담겼다. 과거 NDS에 대해선 “미국인의 실질적 이익에서 벗어나 있었다”며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들이 유럽, 중동, 한반도에서 자국 방어에 대한 주된 책임을 지도록 장려하는데 우선순위를 둘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들이 공동방위의 부담을 더 많이 분담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 등 미국의 핵심 안보 위협이 되는 국가에 대해서는 이전보다 완화된 입장이 반영됐다.
중국에 대해서는 “우월한 군사력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지만, “중국을 지배·모욕·억압하려는 목적은 없다”고 강조하며 “미국이 유리하면서도 중국이 수용할 수 있는 조건에서 적절한 평화가 가능하다”고 서술했다.
러시아의 경우 “나토 회원국들은 러시아보다 훨씬 강력하다”며 “(러시아 견제는) 유럽의 책임이며, 평화 확보 유지는 NATO 동맹국의 리더십과 헌신이 필요하다”고 러시아 방어에 대한 책임을 사실상 유럽 동맹국에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