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박성민 특파원 = 미국 국방부(전쟁부)는 23일(현지시간) 공개한 새로운 국방전략(NDS)에서 북한의 핵 전력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면서 한국과 일본 등 주변 동맹국뿐 아니라 미국 본토에 큰 위협이 되고 있음을 부각했다.
새로운 NDS의 '안보 환경' 분야에서 미국 본토 및 서반구·중국·러시아·이란에 이어 북한을 5번째로 배치하긴 했어도, 북한이 미국 본토를 향해 핵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강조한 것이다.
미 국방부는 NDS에서 북한의 핵 전력에 대해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이들 전력은 규모와 정교함이 증가하고 있으며, 미국 본토에 대한 분명하고 현존하는 핵 공격 위험을 제기한다"고 짚었다.
다만,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이 예전에 비해 얼마나 발전했고, 나아가 미국 본토를 공격할 정도의 미사일 프로그램이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 기술은 없었다.
이는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기인 2022년 10월 NDS와 함께 공개한 핵태세검토보고서(NPR), 미사일방어검토보고서(MDR)에서 북한의 2017년 두 가지 종류의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을 언급하면서 "이 두 미사일은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에 견줘 위협 인식이 한차원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이나 일본뿐 아니라 미국도 북한의 핵 공격 사정권에 있음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북한의 핵능력이 2022년보다 월등히 발전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핵무기 전력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미국 입장에서 바라본 위협의 수위를 훨씬 높게 끌어올림으로써 본토 방어 강화에 과거보다 더 집중하겠다는 새 국방전략의 지향점에 타당성을 강화하는 모양새였다.
'미국 우선주의'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국방 정책의 기반으로 삼은 채 미 본토에 대한 주요 위협 요소 중 하나로 북한의 핵미사일을 명시한 것이다.
미국은 북한 핵미사일을 포함한 적성국의 대미 핵위협에 맞설 대표적 전략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골든돔'(차세대 공중 미사일 방어체계)을 꼽았다.
NDS에는 "국방부는 대규모 미사일 포격과 다른 발전된 공중 공격을 효율적 비용으로 격퇴하는 옵션에 특히 집중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을 위한 골든돔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최우선에 두겠다"고 기술됐다.
미국은 또한 "결코 핵 협박에 취약한 상태로 방치돼서는 안되며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핵 전력의 현대화를 통해 억지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 같은 전략은 2022년 NDS에서 북한의 핵 위협 대응 방안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중간 단계에서 요격하는 '지상 기반 외기권 방어'(GMD) 등을 언급한 동시에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대공 및 미사일 방어 시스템, 한국·일본·호주와의 협력을 거론한 것과 비교하면 한층 더 강화된 대응으로 풀이된다.
또한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글로벌 안보 기조인 '힘을 통한 평화'를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 등 적국의 잠재적인 미 본토 미사일 공격을 '골든돔'으로 빈틈없이 차단하는 한편 자체 핵 전력을 더욱 키워 상대방이 도발하지 못하도록 억지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미국이 새 NDS에서 2022년의 기존 버전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점을 꼽자면 북한의 재래식 전력 대응에 한국의 역할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새 NDS에서 한국이 높은 수준의 국방 지출과 탄탄한 방위 산업, 의무 징병제의 지원을 받는 강력한 군대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매우 중요하면서도 더 제한적인 미국의 지원을 받으며 대북 억제에서 주된 책임을 질 능력이 있다"고 기술했다.
이는 미국이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국에도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국방비 인상을 통한 방위책임 분담 기조를 거듭 확인한 것이다.
미국은 다만, 새로운 NDS에서도 작년 12월 발표된 상위문서격인 국가안보전략(NSS)와 마찬가지로 '북한 비핵화'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2022년에는 NDS와 함께 발표한 핵태세검토보고서(NPR)에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쓰면서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제거하겠다고 했고, 북한이 미국 또는 한국 등 동맹국에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아직 NPR을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새 NSS에 이어 NDS에서도 북한 비핵화에 대한 기술이 사라진 것은 눈여겨볼 지점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의사를 밝혀 온 것이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고, 북한의 비핵화를 현실적인 대외정책 목표로 추구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노출한 것일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려운 측면이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작년 1월 출범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한다는 정책 목표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음을 밝혀왔지만 북한의 미 본토 핵 공격 위험을 이번 NDS에서 명시적으로 지적하면서도 '북한 비핵화' 목표를 생략한 것을 두고 글로벌 안보 우선순위에서 북한을 상대적으로 경시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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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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